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의 직역대책위원회(대책위)는 최근 법조 유사 직역 통합 문제를 공론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에야말로 (유사 직역) 통합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곧 변호사들과 유사 직역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을 초청한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협이 통합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은 법률 서비스 시장 포화로 직역 간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월 현재 전국에 등록한 변호사 수는 1만6,000명이 넘는데 이 때문에 경쟁심화에 따른 수임률 저하와 수익 축소를 겪고 있다. 여기에 법무사나 변리사·공인노무사·세무사 같은 유사 직역들은 저마다 '전문성'을 앞세우며 변호사의 고유 업무 영역으로 여겨졌던 소송 대리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상황은 유사 직역 측도 마찬가지다. 변리사의 경우 현재 7,200명이 활동 중인 상황에서 매년 200명이 배출되고 있고 세무사와 공인노무사도 매년 각각 600명과 250명이 시장에 추가로 나오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각 직역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변협이 2008년 처음 통합을 시도했지만 법무부나 국회 차원에서 잠깐 논의가 됐다가 사실상 흐지부지됐다"며 "앞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통합을 관철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은 비정상"이라며 "통합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는 길"이라며 통합 추진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현재까지 논의된 통합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유사 직역 종사자 전원 또는 자격시험 통과 같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종사자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방식이다. 이는 사실상 각 유사 직역 제도를 폐지하고 변호사로 흡수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로는 기존 유사직역 종사자들은 그대로 둬 이들의 기득권은 인정하되 신규 배출을 중단하는 방안이 있다. 신규 배출을 막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통폐합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만큼 유사 직역 측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유사 직역은 지금과 같이 두면서 각 직역들에 업무갈등의 핵심인 소송 대리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방안이 있다. 가장 온건한 방안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재 갈등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유사 직역들은 세부적인 통합안을 떠나 통합 자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각 직역 단체들은 "전문성이 있는 업무가 많아 변호사와 통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들 직역 단체는 각자 소송 대리권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입법 로비에 뛰어든 상태다.
변협은 변리사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사 직역 통합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3만명이 넘는 전문 자격사들의 생존이 걸린 논란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