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경영진들의 자사주 취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적악화나 대규모 유상증자 등의 잇딴 악재로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원 만도 회장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총 6,400여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주식수가 137만9,919주(7.58%)로 늘어났다. 또 같은 기간 신사현 부회장을 필두로 성일모 사장 등 임원진 10명이 6,600여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만도 임원진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발표한 모회사 한라건설의 유상증자 참여로 주가가급락하자 임원진들이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만도는 지난 15일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다시 출자하는 형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 1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7만원대까지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임원진들의 자사주 취득 소식에 다시 8만원대까지 올라갔다.
GS건설 역시 어닝 쇼크로 인해 주가가 끝 없이 추락하자 임원진들이 자사주 사들이기에 나섰다. 지난 19일 서정우 GS건설 전무가 8,920주를 장내 매수했으며 임경인 상무 역시 같은 날 2,990주를 사들였다.
금값 하락과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에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던 고려아연과 금호석유화학 임원진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은 4월 9일과 11일에 총 905주를 취득한 가운데 18일에도 100주를 취득하며 총 1,005주를 사들였다.. 또 한동화 금호석유화학 전무를 비롯한 7명의 임원진들 역시 이달들어 총 7,156주의 자사주를 취득하면서 주가 방어에 나섰다.
최근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웅진케미칼 역시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이 이어지고 있다. 웅진그룹의 법정관리와 자회사 매각에도 불구하고 이들 임원들은 2011년 9월부터 매달 조금씩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4월달에도 임우규 상무 등 2인이 1,53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지금까지 사들인 자사 주식이 현재 개인당 2만~5만주씩이나 된다.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연초 이후 4월 12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억원(52.5%) 증가한 1,771억원이 자사주 취득에 사용됐다.
올해 들어 제일기획이 96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 가운데 동아쏘시오홀딩스가 403억원, 강원랜드 190억원, 동아원 1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23일에는 삼성생명이 3,15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홍순표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 대형주 중에서 10개 종목들이 최대주주 및 임원진들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자사주를 사들였다”며 “지분 매입 이후 주가 안정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우려감이 가중된 고려아연, 금호석유 등 소재업과 유상증자 참여 논란이 진행 중인 만도 등의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이 차익실현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