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린턴, 외환위기당시 한국 부도가능성 경고

강만수 전 재경부차관, 회고록 통해 밝혀

IMF, 한국정부 불신으로 이면각서 세밀히 작성
제일은행 매각, 뉴브리지에 이익주는 `꽃놀이패'
강만수 전 재경부차관 회고록
강만수 전 재경부차관은 회고록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국의 국가부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동성자금을 긴급히 공급하기에 앞서 한국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면각서에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용들을 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일은행 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IMF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아 뉴브리지캐피탈에게 어떤 경우에도 이익을 얻도록 하는 `꽃놀이패'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외환위기를 목전에 둔 96년까지도 무지개빛 청사진을 내놓는 등 `헛소리'를 남발했다고 질타했다. 강 전차관은 8일 내놓은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라는 회고록을 통해 외환위기 당시 재경부 차관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자세히 전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97년 11월28일(금요일) 오후 2시 클린턴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빠르면 1주일후인 다음주말께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길은 늦어도 3일이내에 신뢰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경제.재정 프로그램을 IMF와 합의해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한국의 재무당국이 미국과 일본에 연결차관(브리지론) 형태의 임시적 재정지원을 요청했는데, 단기 연결차관은 며칠내에 고갈될 뿐아니라 신뢰회복을 위한 중요한 결정(IMF와의 합의 의미)을 미루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런 경고와 지적은 한국정부가 IMF와의 협상을 신속히 진행하지 않으면서 브리지론을 강구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 전차관은 이와함께 IMF와의 이면각서에서 ▲콜금리를 97년 12월5일까지 25%로 인상 ▲ 국내은행에 대한 한국의 외환지원에는 리보+4% 패널티 금리적용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인상 ▲외국인 주식 소유한도 97년말까지 50%로 인상 ▲적대적 인수합병에 관한 법률 국회에 제출 ▲9개 종금사 영업정지 ▲외국금융기관의 국내금융기관 합병인수 허용 ▲ 대통령후보들 IMF프로그램 지지.집행 성명발표 등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면각서는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에는 차이가 있으나 그대로 집행됐다면서 조치를 취해야할 날짜와 영업정지할 종금사의 명단까지 이행각서에 못박은데는 한국정부에 대한 IMF와 미국의 불신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강 전차관은 또 IMF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서는 주식을 전액 소각해 국유화한 뒤 매각이나 청산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으나 한국정부는 이를 듣지 않고 8.2대1로 감자함으로써 국민 세금으로 증권투자를 보상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특히 제일은행의 매각은 뉴브리지캐피털에는 `부실이 많으면 정부에 넘기고 부실이 적으면 내가 먹는 꽃놀이패'가 되었다면서 정부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퇴출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어 공적자금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강 전차관은 96년에 정부는 경제성장률 7.5%, 물가 4.5%, 경상수지적자 60억달러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큰 소리를 쳤으며 한국은행은 수출이 늘어나 경상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헛소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KDI는 96년 5월에 세계 6대 교역국과 7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21세기 경제장기 구상'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또한 위기를 앞둔 `헛소리의 백미'였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경수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