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LG 반도체 빅딜 경영권좌우 외부평가기관 선정 신경전

매출 조단위의 거대 기업 경영권 향방이 외부 평가기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와 LG는 반도체 경영권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아래 외부평가기관 실사를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는등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5일 1차 협의에서 외부평가기관 선정에 실패한 것에서 보듯 평가기관을 선정해도 평가기준·항목·가중치 등을 둘러싸고 양사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반도체 빅딜과정은 가시밭길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서 만사를 제쳐두고 실사에 매달려야 하는 탓에 실사비용부담은 차치하고 시간과 정력소모는 물론 기업정보유출 우려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양사의 신경전=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외부평가기관의 「손들기」에 따라 기업 운명이 갈리는 만큼 평가기관 선정기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였다. 각각 5개의 평가기관을 제시한 지난 15일 1차 협상에서는 단 한 곳도 중복되는 기관이 없었다는 것은 양사의 신경전 수위를 가늠케하고 있다. 두회사는 15일 7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에도 불구하고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지 못한 것에 대해 『평가기관 성향에 따라 경영권 선정과정에서의 유·불리가 갈리고, 각기 처한 사정도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평기기관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독특한 노하우가 있고, 어느 분야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회사는 지난 15일 첫 제시한 평가기관에 대해 일체 함구에 부치고 있지만 현대는 반도체 분석기관과 컨설팅회사, LG는 금융기관소속 투자자문사와 컨설팅회사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전자는 부채해결 능력과 경영능력, 기술력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G반도체는 재무구조 건전성과 미래 가치, 생산성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개월만에 빅딜 완결될 수 있나=평가기관이 선정된다 해도 평가기준을 두고 또 한차례의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두회사는 일단 선정된 평가기관에 「전권부여」원칙을 밝히고 있으나 최우선 선호기관이 아닌 만큼 평가항목과 항목별 가중치에 대해 어느정도 조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이로 인해 평가기관 계약체결, 실사기준 선정 등의 사전절차를 거쳐 실제 실사는 11월들어서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내에 두회사가 인정할 수 있는 실사결과를 내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 평가기관 선정절차마저 진통을 겪은 마당에 실사결과에 대해 승복할 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주거래은행 실사결과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기아자동차 입찰결과와 2차 구조조정이 반도체 빅딜과 맞물려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쨋든 재계 자율로 통합반도체법인의 경영주체를 선정한다지만 양사가 합의한 평가기관이든 주거래은행이든 남의 손에 운명을 맡긴 이상 「반쪽 자율」이라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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