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헌차를 새차처럼 판매' 현대車 밀어내기 구태

"49%면 끝장" 점유율 사수위한 전략… 소비자 피해 "실적발표, 등록 기준으로 바꿔야"

정도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판매 이전 대리점에 차를 떠넘기는 이른바 `밀어내기'의 구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점에 가까운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내수시장 점유율 50% 달성이라는 목표에 얽매여 과거의 불합리한 관행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월말에 실적집중 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들이 공유하는 10일 간격의 실적자료와 월초에 발표되는 전달 공식 판매집계를 살펴보면 현대의 비인기 차종들은 월말에 비정상적으로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 클릭의 경우 20일까지 총 322대가 팔렸지만 21일부터 28일까지는 372대가 판매돼 오히려 많았다. 베르나 판매량도 20일까지는 662대지만 그 이후 월말까지는 678대였고, 투싼도 20일까지 판매량(1천455대)이 그 이후 판매량(1천419대)과 비슷했다. 반면 쏘나타와 그랜저 등 인기차종은 20일까지의 판매량이 총 판매대수의 60%가 넘는다. 그랜저는 20일까지 4천208대가 팔렸으며 21-28일에는 2천566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비인기차종에 밀어내기가 집중된다"면서 "각 대리점별로 판매량의 최소 10%는 밀어내기의 소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심각한 내수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기아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주력 차종도 20일 전과 후의 판매량이 비슷하다. 월말(21-28일) 판매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카니발 52.1%, 스포티지 51.1%, 로체 47.1%, 쎄라토 48.9% 등이다. 기아차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에서 내려온 월별 할당 대수를 못채운 대리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월말에 반강제적으로 차를 받는다"면서 "업체별 무리한 실적경쟁이 있는 한 밀어내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점유율 50% 사수위해 실적 부풀려 다른 업체에도 일부 밀어내기가 남아있지만 현대차그룹보다는 훨씬 덜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20일까지의 판매량이 2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GM대우 59.4%, 르노삼성 58%, 쌍용자동차 58.3% 등이다. 이 비율은 현대차는 55%, 기아차는 51.2%다. 현대차그룹에서 유독 이처럼 밀어내기의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업계에서는 `점유율 50%'에 대한 집착으로 분석한다. 경기도에서 현대차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현대차에게 점유율 50%는 마지노선으로 통한다"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여러 사람의 자리가 위험하기 때문에 아무리 정도 판매를 외쳐도 현장에서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2월 시장 점유율은 51.6%로 2개월 연속 50%를 상회했다. ◇ 피해는 소비자에게..실적발표 등록으로 바꿔야 이 같은 밀어내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선(先) 출고된 차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서울 근교의 대형 주차장 등에 사실상 방치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공장에서 막 출고된 차와 오랫동안 주차장에 방치했다 파는 차는 상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출고된 지 오래된 차는 대부분 할인을 해서 팔지만 어리숙한 고객에게는 새차인양 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밀어내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매달 발표하는 판매실적의 기준을 출고가 아닌 등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밀어내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실적이 출고기준으로 발표되기 때문"이라며 "등록을 기준으로 발표한다면 업체들이 비싼 취.등록세까지 내면서까지 실적을 부풀리지는 않을 것이기때문에 구태가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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