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인공위성」 공무원 1천명(사설)

「경쟁력 10% 올리기」 보고회의가 18일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렸다. 지난 10월9일 발표한 경쟁력제고 대책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이 보고됐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측이 내놓은 실천계획은 기업들이 해고시킬 수 있는 인력의 범위를 제시한 의무고용제 완화대책이 고작이었다.이 계획에 따라 현재의 43만명에 이르는 의무고용인원 가운데 12만5천명은 자율고용 대상이 되고 26만명은 의무고용완화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들중 상당수는 머지않아 실직의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기업으로 하여금 종업원 해고를 용이케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노동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정부의 조치 이전에 이미 기업들은 각종 명분으로 감원을 하고 있다. 평생을 바쳐 일해온 일터를 잃는 노측의 아픔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측도 결코 맘이 편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노사가 경쟁력향상이란 국가적인 명제속에서 고통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 마당에 정부는 과연 민간부문의 감원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면 할일을 다한 것인가. 정부는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 민간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면서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인가. 이날 보고회의에서 「정부 부문의 생산성 향상」 내용을 보면 구체화된 건 하나도 없이 단순기능 인력과 현업관서 인력을 향후 4년간 1만명 감축한다는 당초 계획만 재탕식으로 나열돼있다. 정책의 성공은 국민의 신뢰여부에 달려 있고 그같은 신뢰는 정부의 솔선수범에서 우러난다. 민간에 앞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군살을 빼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조직이 비대한데다 경영마저 방만해 우리사회 어느 분야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 터라 그런 노력은 솔선수범을 지나 당위여야 한다. 그 점에서 정부는 실패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군살을 뺀다는 명분으로 몇개 부처가 통폐합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군살은 놔둔 채 간판만 합쳤다. 그 잉여인력은 「별도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해외로, 타기관으로 파견됐다. 관가에서는 밖으로 떠도는 이들을 일컬어 「인공위성」 공무원이라고 한다. 5급이상 고위공무원인 이들의 숫자는 93년에 6백77명이던 것이 현재 1천23명이고 내년에는 1천1백18명으로 늘리겠다고 예산에 올렸다. 연간 인건비 소요액만도 1천억원대에 이르는 이들중 상당수는 불요불급한 인력이다. 이런 고비용 저효율의 인력구조를 놔둔 채 말단 일용직이나 정리하는 것으로 군살빼기를 다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고통분담은 말짱 허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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