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대표적인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의 김홍국 회장에게 2005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닭고기 사업으로 자수성가를 이룬 57년생 닭띠 CEO가 을유년 닭띠 해를 맞이했다는 것. 또 하나는 익산 공장의 화재 등 시련을 겪어 온 회사가 올해 새 가공공장 설립, 신개념 육가공 제품 출시 등을 거쳐 내년에는 기반 단단한 ‘성년(成年)’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닭고기 하나로 국한됐던 가공제품 영역을 확대해, 향후 ‘단백질 종합식품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제2의 발판을 만드는 해가 되리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먹거리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못 됩니다. 사실상 우리 국민의 주식(主食)은 서양인처럼 단백질 식품으로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하림은 국민의 주식을 해결하는 기업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우선 목표는 ‘생산성 1위 기업’이다. 김 회장은 “경쟁력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 개방을 둘러싸고 말도 많지만, 생산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수입품에 대한 완벽한 장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3년 이내에 닭 사료효율 등 사육부문에 있어서는 국제 생산성 1위도 가능하다”며 “그렇게 되면 닭고기를 수입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가공제품의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하림은 최근 냉동 햄ㆍ소시지 ‘후로웰’을 출시해 육가공제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김 회장이 “가장 완벽한 보관방법”이라고 자신하는 냉동법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폭을 넓히기 위해, 새해부터는 이 제품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 제품군 확대를 위해 선보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공제품도 모두 냉동 형태로 출시할 계획이다. 4~5년 후에는 해산물 제품으로 진출, 종합적인 단백질 식품 회사를 꿈꾼다. “닭고기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노하우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면 소, 돼지 등 다른 부문에서도 앞서갈 수 있다”고 김 회장은 자신한다. “자수성가한 닭띠 중에서 이만하면 최고의 성공을 이뤘다고 자부한다”는 김 회장이 처음으로 사업에 눈을 뜬 것은 35년 전, 외갓집에서 병아리 10마리를 받으면서다.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팔면서 ‘병아리 키우기’와 ‘돈벌이’의 재미를 동시에 알게 된 그가 사업자등록을 한 18세 당시 재산은 4,000만원, 종자닭은 4,000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내년 하림의 매출 목표는 5,000억원, 그룹 전체 예상매출은 1조5,000억원. “패러다임을 바꿔 생산성을 높이면 불황기에, 더구나 돈 안 된다는 농축산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최고의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김 회장에게 ‘불황타령’은 핑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