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는 지난 3ㆍ4분기에 각각 1억1,500만달러, 58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GM은 올해 도요타에 1위 자리를 내주고, 포드는 14년래 최대 손실을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의 ‘국민 기업’ 소니는 신규사업 부진과 경영실패를 거듭한 끝에 자존심을 버리고 지난해 외국인CEO를 수혈받았다. 탄산음료 시장을 창조하면서 콜라업계 부동의 1위였던 코카콜라도 최근 매출, 순이익 등에서 펩시에 밀리고 있다.
세계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이들 기업이 한순간 몰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조직관리를 비효율적으로 유지해왔거나 시장의 변화를 파악해 이에 대응하는데 게을렀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과거 숱한 성공들이 기업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타성에 빠지게 만든 것도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GM과 포드는 비효율적인 조직관리가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가장 끔찍하게 보여주는 사례.
양사는 파업에 따른 손실을 원천봉쇄하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목적으로 지난 1950년대부터 인력은행제도(회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인력에게 다른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 한 계속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죽을 때까지 놀고먹을 수 있는 ‘특권형 실업자’만 양산시켰다. 인력은행제도의 혜택으로 전직 GM과 포드 직원들 1만5,000여명은 이 시간에도 일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시간당 31달러의 급여와 풍족한 의료혜택을 받고 있다.
소니의 몰락은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휴대용 오디오기기 ‘워크맨’의 성공으로 가전부문에서 최강 파워를 구가했던 소니는 2000년대 초 MP3플레이어가 등장했을 때 ‘시장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애써 무시했다. 결과는 워크맨에 대한 시장의 사망선고. 소니는 워크맨의 꾸준한 인기를 의심하지 않았지만 휴대용 오디오 시장은 단숨에 MP3플레이어 체제로 재편됐다.
코카콜라의 퇴보는 ‘지금까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무조건 성공할 것이란 믿음(성공에 대한 타성)’이 ‘몰락으로 빠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소비자들은 최근 ‘웰빙’을 추구하는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코카콜라는 하지만 이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여전히 탄산음료(전체 매출의 80%)에 집착한 반면 펩시는 과일주스, 이온음료, 스넥 등을 취급하면서 종합식품회사(탄산음료 매출 비중 20%)으로 탈바꿈해 전통의 라이벌을 멋지게 눌렀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우량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상실하게 되는 원인은 ‘혁신자의 딜레마’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서 (특정 영역이나, 상품시장에서) 혁신에 성공하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지만 보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시장은 또 다시 멀어진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