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용해서 체온조절·흡수·배출 기능까지…<br>응집력 강해 식물 뿌리서 잎까지 수분공급 도와<br>단백질등 주요물질 녹여 세포간 이동도 원활케
|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너티가 화성 표면을 촬영한 사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뾰족이 늘어선 돌들은 높이 몇 ㎝, 폭 1㎝ 남짓한 작은 크기다. 과학자들은 물이 드나들며 돌에 함유된 광물을 침전시킨 결과 이런 모양이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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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로봇인 '오퍼튜너티'가 전송한 몇 장의 사진이 과학계를 들썩이게 한 적이 있었다. 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은 곧 생명의 존재를 의미한다.
지구와 가장 닮았다는 화성에 물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모양새를 발견한 것은 과학계의 염원 중 하나인 우주에도 생명체가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과학계가 흥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후 오퍼튜너티의 쌍둥이 로봇인 '스피릿'은 한발 더 나아가 화성의 '콜롬비아 힐' 지역에서 수집한 자료를 분석, 물이 있어야만 생성되는 침철석이 발견됐다는 결과를 보내와 과학계를 또 다시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물'이고, 물의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생명과 직결되는 물 분자의 4가지 특성= 물이 생명과 직결되는 데는 물 분자(H2O)가 갖는 4가지 특성 때문이다.
먼저 응집력. 액체 상태의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은 아주 짧은 시간(10~14초) 동안만 유지된다. 그러나 물 분자는 끊임없이 수소결합을 형성하므로 대부분의 액체보다 강한 응집력을 가진다. 이런 물의 응집력은 생명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의 경우 잎의 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면 잎맥에 있는 물을 끌어당기게 되고 응집력은 뿌리로부터 물이 중력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는 표면장력이다. 표면장력은 물과 공기가 접촉하는 면에서 물 분자 사이의 인력이 물과 공기 분자 사이의 인력보다 크기 때문에 나타난다. 물은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으로 인해 물 표면에 탄력 있는 타원형의 막과 둥근 모양의 물방울을 형성한다. 생명체와 관련된 또 다른 물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비열이 높다는 것이다.
물은 수소결합에 의해 물 분자들끼리 강한 결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분자 간 수소결합을 파괴하는데 많은 열을 소비하므로 다른 물질에 비해 비열과 끓는점이 높다. 물의 높은 비열은 생물의 체온이 쉽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물은 증발되면서 상당한 열을 빼앗아 체온 조절에도 기여한다.
온도가 내려가면 밀도가 높아지는 물 분자의 특성도 생명체 유지에 필수다. 물의 밀도는 4℃에서 최대가 된다. 또한 액체 상태일 때보다 고체 상태일 때 물 분자 사이의 간격이 멀기 때문에 얼음의 밀도는 액체 상태의 물보다 낮다. 고체 상태의 얼음이 액체 상태인 물보다 밀도가 높으면 모든 얼음이 강바닥에 가라앉게 되므로 강물 속의 물고기는 겨울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극성. 생체 내 함유량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물은 생물체 내의 여러 물질을 용해 시킬 수 있는 용매로서도 작용한다. 이런 용매로서의 물의 특성은 물의 극성에 기인한다.
◇인체에는 어떤 작용하나= 성인 남성의 경우 몸무게의 60%정도 되는 물이 몸 속에 있다. 또 수분의 약 30%가 혈액과 조직액(모세 혈관으로부터 스며 나와 세포의 틈을 채우는 액체)을 구성하고, 세포의 70%는 물로 구성됐다. 물의 용해력, 흡수배출 기능이 사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물이 없으면 생명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체에 물이 많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 먼저 물의 용해력이다. 물은 인체를 둘러싸는 혈액과 조직액에 녹아 있는 주된 원소인 나트륨과 염소뿐만 아니라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을 녹여 혈액, 조직액을 구성하는 작용을 한다.
또 당과 알코올, 인지질, 단백질 같은 분자 가운데 '물과 친하기 쉬운 친수성 부분을 가진 물질'도 물에 녹아 있다. 이들 분자는 물과 친하기 쉬운 부분으로 물분자와 '수소 결합'을 하여 물에 녹아 있다. 하나같이 인체에는 중요한 성분들이다.
땀, 오줌을 통한 노폐물의 배출도 물이 갖는 중요한 기능이다. 혈액과 조직액은 산소와 영양소를 온몸으로 세포에 운반함과 동시에 온몸의 세포로부터는 세포의 활동에 의해 생긴 노폐물을 모아 온다. 이 노폐물이 신장에서 여과되어 오줌의 성분이 된다.
그리고 신장은 혈액 속의 전해질과, 산 및 염기 등의 양을 조절하여 일정하게 유지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이 조종을 위해 여과된 물질도 오줌에 함유되어 있다. 이 같은 작용을 통해 성인 남성은 하루에 1.5리터 가량의 노폐물을 분비한다.
땀은 노폐물 방출보다 더 큰 체온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체온 조절 기능도 물의 특성과 직결된다. 물은 물 분자가 수소 결합으로 서로 강하게 이어져 있는 액체이기 때문에 증발에는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증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피부의 체온으로부터 빼앗아 증발하기 때문에 체온 조절을 하고 있다. 이밖에 혈액의 원활한 이동, 혈액 정화력 등도 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중요한 기능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