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월 14일] 남북의 '동상이몽'

어떤 예측이든 마찬가지지만 남북관계를 전망에도 잘되기를 바라거나 안되기를 바라는 나름의 소망적 사고가 담기게 된다. 그럼에도 새해 남북관계가 밝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남북한 정부도, 남쪽 내부의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년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북한은 지난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시대착오적인 대결정책"으로 규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물론 북한은 한국 정부에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선언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北美관계 진전위해 南유혹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구체적 제안도 했다. 한국 내부의 보수ㆍ진보 세력 모두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남과 북은 무엇 때문에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북한의 변화는 경제적ㆍ정치적 측면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말 북한은 100대1의 화폐교환을 단행했다. 전형적인 국가의 '원시적 축적' 행위다. '돈주'의 확산과 같은 북한판 양극화를 해결해보려는 조치일 수도 있지만 화폐교환은 물가 급등을 초래했다. 쌀을 비롯한 생필품의 공급이 늘지 않는다면 화폐교환의 부정적 효과는 증폭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쌀을 비롯한 생필품의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까. 그 외부가 남한일 것이라는 추론은 순진하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대북지원이 재개된다면 북한 경제 안정화의 한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거는 행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경제)을 지속하게 하는 변수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정치적 배경에 주목하는 이유다. 북한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 표명이 북미관계의 진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첫째, 한국 정부가 북미관계와 6자회담 속도를 조절하는 개입변수 역할을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 둘째, 오는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 전까지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일 수 있다. 미국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북미대화의 진전을 불편해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 정부가 북한을 '강압'한 2년 동안 비핵화를 한반도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적 지원과 교환할 수 있는 의제로 만들었다. 북한은 또 지난 11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회담을 시작하자고 정전협정 당사국들에 제안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의무를 이행해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핵화·평화체제 우선논의 팽팽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북관계를 방치하기란 어렵다.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이라는 '과거'의 단어를 꺼낸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교환하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평화체제 논의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내법 개정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수정, 유엔군사령부 해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철폐 등을 의제화해 한반도 분단체제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도 '선(先) 비핵화, 후(後) 평화체제' 논의를 주장하는 세력과 비핵화ㆍ평화체제를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세력이 경쟁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남과 북 모두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2010년은 자칫 '남북 동상이몽의 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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