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동성 장세 기대감 약화

지난 1월 한달동안 무려 2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주식시장은 이달들어 추가적인 상승시도가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전고점인 종합주가지수 620선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 주식시장의 불안과 금리의 추가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조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다만 종합주가지수는 상승폭의 2분의 1조정 수준이자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60포인트대에서는 당분간 강한 지지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약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주식시장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사실 최근 부동자금은 투신권의 MMF나 채권형상품 등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지난해 빈사상태를 보였던 회사채시장도 활기를 되찾는 등 자금순환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들이 크게 부각되긴 했지만 이 자금이 주식시장으로는 유입되지 않고 있다. 투신권의 주식형상품 등으로는 거의 자금이 유입되지 못해 저금리로 인한 직접적인 주식시장의 수급개선효과는 크지 않았고, 만약 지난 1월에도 외국인의 적극적인 주식매수가 없었다면 상승장세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장세의 핵심이 다시 외국인의 매매로 귀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매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의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점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추세이탈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내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미국은 생산자물가지수에 이어 소비자물가지수도 예상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저성장ㆍ고물가로 대변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든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감마저 제기되면서 오는 3월20일 열리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의 금리인하폭에 대해서도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의 시비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제여건도 아직은 장세를 뒷받침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전경련의 기업실사지부(BSI)나 소비자평가지수 등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산업용전력판매 등은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경기회복을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우리 나라 전체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경기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연ㆍ기금을 통한 주식투자비중 확대방침 등은 어느 정도 장세안전판 역할을 해주겠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외국의 공적연금과 비교했을 경우 우리나라 연ㆍ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결코 낮은게 아니어서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만약 국민연금 등의 주식투자가 손실을 볼 경우 이 손실을 국민 모두가 짊어져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시장의 상승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2ㆍ4분기 이후로 넘겨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막연한 기대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생각해야 할 때다. 이에 따라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등시 현금보유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A&D 관련주나 자사주 소각가능성, 경기방어주, 금융주, 재료보유 개별종목 등으로 유입되는 순환매를 겨냥한 단기적 매매로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상준 일은증권 시황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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