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 NPT탈퇴 선언] “美 대화의지 부족” 충격요법인듯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다시 재개됐다. 특히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은 미국이 미흡하나마 `문서를 통한 체제 보장 검토`라는 유화적 입장을 밝힌 직후 나온 첫 공식 반응이라 사뭇 충격적이다. 북한은 근 한달 여간 `핵 시위`를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화 의지가 지극히 `미온적`이라고 판단, 충격 요법의 일환으로 NPT 탈퇴선언을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 핵 사태가 이번 성명으로 마냥 악화일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 같은 관측은 북측이 “핵무기를 만들 의사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 점에 힘입은 것. 이는 달리 보면 미국이 여태껏 주장해 온 요구안을 수용한 것으로 NPT 탈퇴가 미국과의 협상을 목표로 하는 카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즉 북한의 이번 선언으로 고조된 핵 사태의 위기감이 대화의 필요성을 한층 커지게 하리란 것. 이번 성명이 협상을 바라는 북한의 강력한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협상 노린 초강수=액면 그대로 NPT탈퇴 선언은 북측의 초강경 액션이다. 반면 성명은 미국에 보내는 대화 시그널일 수도 있다. 이번 성명이 가진 양면성이다. 이런 관측은 북측의 선언 곳곳에서 포착된다. 북한은 “NPT에서 탈퇴하지만 핵무기는 만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대화에 앞서 핵개발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북한이 간접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은 중유 지원중단에 따른 전력 난을 이번 조처의 명분으로 들고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대화 촉구 압박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은 성명에서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 동안 미국이 요구해온 `검증 가능한 방법`도 수용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성명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압살정책을 그만두고 핵 위협을 걷어치운다면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조미 사이에 별도의 검증을 통해 증명해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국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이번 성명에 강경과 온건 두 가지 내용을 모두 담은 것으로 본다”며 “공식적으로 핵 포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제조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검증을 언급한 것은 미국이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장과 전망=사실 NPT탈퇴 선언 직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사실상 핵 폐기 없는 대북 대화를 제의하고 나아가 북한의 안전보장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였다. 북한도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사와 빌 리처드슨 전 유엔주재대사 라인을 통해 비공식 접촉을 개시, 북ㆍ미간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조처로 공은 다시 미국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어떻게 반응할 지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미국은 북 핵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재개 방침을 밝힌 상황인 만큼 NPT 탈퇴 철회를 요구하고 당분간 북측과 공식ㆍ비공식접촉을 유지하면서 북측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조치로 워싱턴의 대북 대화론자 입지가 좁아지면서 다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일변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유중단 조치 외의 경수로 중단 등 후속대응도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도 국제사회와 미 의회의 대화 촉구 압력을 외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이번 조처가 의외로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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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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