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7월 7일] '돈육先物' 활성화를 바라며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국민 건강권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정작 국내 축산농가의 잠재적 피해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실제 우리 축산업 전체가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축산업계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사료비는 오르지만 소ㆍ돼지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나 돼지 가격이 무작정 오르는 경우도 축산농가 입장에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가 줄기 때문에 농가의 이득은 오히려 줄 수 있다. 결국 축산물 가격이 등락을 거듭할수록 농가의 살림살이도 더욱 어렵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돼왔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오는 7월21일 돈육선물시장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 등 양돈업계 전체가 돈육 가격 등락에 따른 손실을 체계적으로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년여 전부터 국내 축산업계에 가격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돈육선물의 상장을 준비해왔다. 사실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가운데 하나가 이들 거래가 너무나 복잡해 금융전문가들만이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파생상품 가운데 대표적인 선물 거래의 메커니즘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밭떼기 거래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돈육 가격의 하락을 우려하는 양돈농가는 돈육선물을 통해 미리 팔아서 미래 판매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육가공업체처럼 돈육 가격의 상승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미리 매수해 미래 구매가격을 고정시킬 수 있다. 나중에 돈육 가격이 실제로 하락하는 경우에도 양돈농가는 돼지 판매에서 손실을 보지만 선물거래에서 이익을 보게 된다. 결국 가격이 떨어지기 이전 시점의 가격으로 돼지를 팔게 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육가공업체의 경우 아무리 돈육 가격이 오르더라도 애초의 목표가격으로 돼지를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선물거래의 경제적 효과를 위험관리 기능이라 부른다. 돈육 선물거래의 또 다른 경제적 효과는 미래가격에 대한 예시기능을 들 수 있다. 양돈농가는 사육 두수를 조절하거나 손익을 예측하기 위해 돼지 출하 시점의 판매가격을 예측해야 한다. 그런데 돈육선물시장이 개설되면 여기서 형성되는 선물가격이 바로 미래가격에 대한 훌륭한 전망치가 된다. 이러한 가격정보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험관리와 가격예시 기능 외에도 돈육선물은 새로운 투자처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실제로 돈육은 주가지수와 환율 등 여타 투자수단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변동성을 보인다. 결국 고위험ㆍ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 볼 수 있다. 파생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투자경험이 있는 경우라면 돈육선물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의 경우 위험관리 목적에 부합하는 거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곧 이들 시장참여자가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선물거래를 하는 것이라면 실제 수요 이상으로 투기적인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선물거래의 특성상 단기간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러한 손실이 현물시장에서 돼지 판매로부터의 이득을 크게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육선물을 활용해 위험관리와 가격예시, 새로운 투자수단 제공이라는 경제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돈육선물시장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돈육선물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수가 시장에 참여해 거래가 활성화돼야 한다. 결국 돈육선물의 실수요자인 양돈농가와 육가공업체, 그리고 상대 거래자로서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참여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다. 모쪼록 돈육선물시장이 도입 취지에 걸맞게 조기에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한우ㆍ쌀 등 다른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하는 선물계약도 계속 상장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고질적인 가격불안정에 따른 농가피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고 소비자물가도 안정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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