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업계의 몸집 줄이기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섬유경기의 바로미터인 직기 대수는 2년전에 비해 무려 30%나 감소하는 등 지난 90년대 중반이후 불기 시작한 지역 섬유업계의 구조조정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면서 섬유업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밀라노프로젝트에 이어 내년부터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를 또다시 추진하고 있어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9일 대구ㆍ경북견직물조합 등에 따르면 2년마다 실시하는 섬유직기 전수조사 결과 2001년 조사에서 3만3,000대였던 대구지역 섬유직기 숫자는 2년 만에 30%나 줄어든 2만3,000여대로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같은 수치는 대구 섬유산업이 절정기인 지난 90년대 중반의 5만여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현재 가동되고 있는 직기는 1만8,000여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5,000대는 채산성 등을 이유로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직기감소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업체들의 생산기능 포기 등 구조조정 바람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역 섬유수출 10위권 이내의 중견기업인 D사는 해외영업부문만 남겨놓고 생산부문을 완전히 접었으며, 비슷한 규모의 S사는 아예 사업을 완전 정리해 업계 사정을 그대로 대변했다.
회사 대표가 섬유단체 이사장을 맡는 등 지역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모 회사도 3개 공장중 2곳을 정리했으며 나머지 한 개 공장도 경영난으로 상당수 놀리는 등 상당수 업체들이 섬유업 포기 상태에 이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입한지 5년도 안된 첨단 직기들도 창고에서 썩고 있는 등 심각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데다 이들 직기들이 헐값으로 중국, 동남아 등 후발국으로 팔려 나간 뒤 저렴한 임금으로 직물을 생산해 국내 섬유산업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 한관계자는 “대구 섬유업계는 지난 5년 동안 밀라노프로젝트 추진을 명분으로 6,8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 얻은 결과는 거의 없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섬유업을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