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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 냉전시대] "러 가스 국내 들어오면 가격 요동… 정부 자원개발 장기대책 내놔야"

■ 백근욱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아시아 에너지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에너지 업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백근욱(사진)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아시아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중국을 거쳐 아시아로 수출되는 가스가 연간 130~140bcm(1bcm=10억㎥)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의 2.5배에 이르는 막대한 양이다. 이 중 일부만 한국으로 들어와도 우리나라 천연가스값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중국에 대한 가스 공급가격을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것보다 낮은 가격에 팔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러시아 가스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는 25%선을 넘을 수도 없고 넘어서도 안 된다"며 "최선은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것인데 최근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동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방식을 보면 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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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정부의 해외자원 광구 매각에 대해서도 백 연구원은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졌다. 인접국가인 중국의 사례를 보면 자원개발에 대해 장기계획을 세워 접근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5년마다 자원정책이 바뀌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한 모잠비크 공구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나오면 서방 전문가들은 '어리석은(silly)' 결정이라면서도 이 광구를 싼값에 후려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다"며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비율에 매달려 자산매각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원개발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지난 30년간의 투자 등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에서 비로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단계지만 금융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수출입공사나 무역보험공사 등 우리나라의 정책금융기관들은 최근 플랜트나 선박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금융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자원개발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이 자원개발의 잠재력을 가볍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추자원을 재가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하는 '다운스트림' 산업의 마진율은 25~30%에 이르는데 박근혜 정부는 에너지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를 기본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도 토목·건축 사업이나 발전소 수주 같은 소식은 있었지만 에너지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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