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과 제도 개선으로 농협사태 되풀이 막아야

임기를 1년여 남긴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갑작스레 물러났다. 그의 사퇴는 전격적이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전임자는 갓 출범한 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지 불과 98일 만에 사표를 던졌었다. 주목할 대목은 1, 2대 회장의 잇따른 중도하차 배경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장과의 불협화음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신 회장의 사의표명을 부른 직접적인 이유는 전산망 장애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면 세 차례에 걸친 비슷한 유형의 전산장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도 책임소재는 신 회장에게 있지 않다. 전산망을 운영한 주체는 농협금융지주가 아니라 농협중앙회이기 때문이다. 중앙회가 책임을 떠안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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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사를 둘러싼 잡음과 불협화음ㆍ전산장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중앙회장이 농협의 양대축인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인사와 운영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한 그렇다. 결국 정부가 나서 법과 제도를 고쳐야 근원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농협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괴리와 불균형을 맞추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 간 이해대립을 조정해야 하는 난제가 정부에 떨어진 셈이다.

농협 내부의 자성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말로만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일 뿐 실제로는 중앙회 임직원들을 위한 고소득 평생직장이자 농축산부 공무원의 퇴직 후 일자리인 농협에서 탈바꿈해야 한다. 언제까지 농민을 팔아 영달을 꾀할 것인가.

정치권도 할 일이 있다. 우선 국회부터 반성해야 한다. 개혁안이 나올 때마다 여야의원들이 가로막지 않았다면 일련의 농협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에서 중앙회장과 금융지주회장은 모두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자회사의 주요 임원 자리도 권력자의 사람들이 꿰찼던 구태만큼은 없어져야 한다. 역대 정권이 시도한 농협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낙하산의 유혹에서 벗어나 배타적 집단으로서의 농업중앙회와 농민을 분리해 개혁에 나선다면 최근의 사태가 기회로 바뀔 수도 있다. 정권 초기인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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