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출범하는 통합산업은행에 금융안정기금을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안을 놓고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융 시스템의 거시적인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기금을 기업 구조조정의 미시적 역할을 주로 담당하는 산은에 둘 경우 이해 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운영의 묘를 살리면 큰 문제 될 게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안기금 이관 문제가 자칫 정책금융 개편 논란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내년 7월 통합산은이 출범하면 기존에 정책금융공사가 관리ㆍ운용해왔던 금안기금이 산은으로 이관된다. 금안기금은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라 지난 2009년 만들어졌다. 주로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예금보험공사의 예보기금과 달리 정상 금융기관에 대한 선제적인 자본 확충 등을 통해 거시적인 금융 안정 시스템을 도모하는 것이 기금의 주요 목적이다. 기금 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 각 금융기관 등이 출자하도록 돼 있지만 아직까지 사용된 적은 없다.
논란의 핵심은 산업 지원과 부실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역할을 하는 산은에 금안기금을 옮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점이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STX 구조조정에서 봤듯이 앞으로 부실 기업의 상당 부분은 산은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산은에 금안기금의 거시적인 금융 시스템 안정 기능까지 두는 건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안기금을 산은으로 이관하면 향후 기금 운영과 집행 과정에서 정부와 산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으로 기금을 이관한다고 해도 독립성이 보장된 위원들이 참여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면서 "금안기금을 다른 곳에 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은은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고 기금 운영의 독립성만 보장된다면 어디에 둘 것이냐는 부수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런 해명에도 금안기금의 이관 문제는 향후 통합산은 출범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를 중심으로 금안기금을 예금보험공사나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제3영역의 독립된 협의체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금안기금은 최근 웅진ㆍ쌍용건설ㆍSTX 등 잇따른 기업 부실로 은행권 부실이 커지면서 활용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안기금의 가장 큰 목적은 거시적인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면서 "하지만 정부나 산은에 맡겨질 경우 정책 필요성에 따라 얼마든지 오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