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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2007년 5월 FTA 협상을 시작한 지 3년9개월 만이다. 이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왔다. 2010년 10월 한ㆍEU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3차례의 공청회가 개최됐고 3월3일 새로 수정된 비준동의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됐다. 국회의 비준절차가 마무리되면 한ㆍEU FTA는 예정대로 오는 7월1일에 잠정 발효된다. 원산지 규정 충족 체제 구축을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FTA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상품양허(관세인하)가 시작된다. 세계 최대시장이자 우리의 제2위 교역파트너인 EU시장이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이다. 일각에서는 재정위기로 EU가 갖는 수출시장으로의 매력이 줄었기 때문에 한ㆍEU FTA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EU경제는 긴축재정과 실업 증가에 따른 민간소비 부진 등으로 당분간 1%대의 저성장이 불가피할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가 갖는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FTA로 무장한 한국 제품이 EU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제품은 EU시장 내 점유율이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거듭해왔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에 밀렸기 때문이다. 빡빡해진 유럽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유럽시장 내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EU FTA가 가져다주는 관세인하 혜택은 생각 이상으로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U의 평균 관세율이 5.6%로 비교적 높은데다 우리의 주력 수출제품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의류(12%) 등의 관세가 특히 높아 관세가 철폐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EU가 경쟁국인 중국ㆍ미국ㆍ일본과 당분간 FTA 체결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한ㆍEU FTA는 EU시장에서 상당기간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 우위를 제공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철폐는 물론 비관세장벽 철폐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와 원자재 및 부품조달 여건 향상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한국 제품의 EU시장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수출확대 효과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ㆍEU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과제는 FTA의 관세철폐 효과를 누리는 데 필수요건인 원산지규정을 충족하는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ㆍEU FTA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은 자력으로 원산지요건을 충족하는 체제를 갖출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관심과 정보 부족으로 준비가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경제단체와 함께 원산지규정에 대한 홍보 및 교육활동을 강화하고 기업들은 서둘러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둘째, 농축산업 등 한ㆍEU FTA 발효로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국회의 한ㆍ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보다 철저한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수출품목 발굴 나서야 셋째, 수출품목의 다양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의 대(對)EU 10대 수출품목은 자동차ㆍ무선통신기기ㆍ선박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ㆍ컴퓨터 등으로 이들 제품이 전체의 63%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 품목에 의존해 있다.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서보다 EU시장에서 특정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정부와 기업은 수출제품 다양화 없이는 한ㆍEU FTA의 폭넓은 관세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수출품목 발굴 및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위기 이후 변화된 EU시장 환경을 철저히 분석해 사업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 FTA를 계기로 진출 문호가 넓어진 EU 회원국들의 공공구매시장(총 2조2,000억원)을 적극 공략하는 것도 방안이다. 넷째, 금융ㆍ통신ㆍ환경ㆍ법률 등의 분야에서 EU 서비스업체들의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계는 한ㆍEU FTA를 국내 서비스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