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 대규모 인사 배경·전망

3세 경영권 승계시기 보좌 ·인물에 관심 삼성의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재용씨가 경영전면에 등장, 3세 경영체제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경영효율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계열사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경영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3세경영 가시화= 재용씨의 임원 승진은 삼성이 본격적으로 3세 경영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경영승계 작업에 나서고 있는 삼성은 앞으로 생명과 전자, SDS 등 오프라인 계열사들과 e-삼성 등 인터넷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묶어 재용씨의 그룹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실천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경영지도는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이 역할 분담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은 문제는 구체적인 경영권 승계 시기.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데다 재용씨가 삼성을 이끌어가기에는 너무 젊어 이번 인사는 경영수업의 일환"이며 "최소 10년간은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예상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점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경영 승계가 늦어질 경우 힘의 공백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도 "이 회장이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고 있어 5년 내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 회장의 나이와 건강ㆍ 의지, 재용씨의 경영능력 검증 등이 경영 승계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내 위상= 지분구도로만 보면 재용씨는 이 회장을 이미 넘어섰다. 재용씨는 우선 삼성 오프라인 계열사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 지분 25.1%, 그룹의 돈줄인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다. 또 온라인 지주회사인 삼성SDS 지분 10.1%(BW 제외)에다 인터넷 기업 지주회사인 e-삼성 지분 60%를 갖고 있어 그룹 전체를 재용씨 체제로 묶는 것은 어렵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만주(주식 인수시 전체지분의 20%), 삼성투신운용 7.72%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3.7%, 삼성생명 지분 4.2%를 갖고 있을 뿐이다. 재산도 최대 4조원으로 이 회장을 앞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 시가총액(지난6일 기준)은 6,029억원. 재용씨는 2,576억원에 불과하나 에버랜드 비상장 주식, 10개의 인터넷 기업을 더하면 부자간의 재산차이는 역전된다. ◇재용씨 사람들= 재용씨의 등장으로 그의 시대를 이끌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를 보좌할 사람으로는 삼성전자 진대제(49)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황창규(48) 메모리사업부 대표, 임형규(48) 시스템LSI 부사장 등 전자계열 주요 경영진과 황영기(49) 삼성투신운용 사장,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인 김인주(43) 전무, 신응환 이사 등 전자ㆍ금융계열사의 40대 주요 임원들이 꼽힌다. 특히 '반도체 사나이' 진 사장은 재용씨에게 전자산업, 첨단 기술동향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세계 전자업계 주요 인사들과 교분을 쌓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투신운용 황 사장은 첨단 금융기법 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교류했다. 또 김 전무는 재무와 경영관리 전반을, 신 이사는 인터넷 사업 분야를 보필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용씨는 누구= 68년 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따고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박사과정에 입학, e- 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를 전공했다. 98년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맏딸인 세령씨와 결혼, 지난해 12월 첫 아들을 얻었다. 성격은 쾌활하고 사교적이고 주로 많이 듣는 편이지만 일단 입을 열기 시작하면 상대방이 놀랄 정도로 이론 무장이 돼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얘기. 취미는 영화감상과 골프. 특히 골프는 핸디캡 6의 싱글이다. ◇성과 보상주의 정착= 안정적인 인사와 함께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을 철저히 반영한 것도 이번 인사에서 돋보이는 대목. 실제로 지난해 사상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달성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부사장 승진 9명을 포함해 총 148명이 승진하고 이밖의 다른 전자 계열사들도 대폭의 승진한 반면 상대적으로 실적이 미미했던 계열사들은 예년 수준이거나 승진규모가 다소 축소됐다. ◇돋보이는 사람들=발탁인사가 많았다. 삼성의 올해 발탁인사는 지난해(68명)보다 33.8%늘린 91명. 이 가운데 2단계이상 뛰어올랐거나 승진 1년만에 한계단씩 오른 사람은 5명이다. 2단계이상 승진한 사람은 삼성전자 최진석 상무와 삼성SDI 이광식 상무, 삼성물산 최부천 상무. 삼성전자 최 상무는 차세대 반도체인 300mm 대구경화 핵심공정을 개발한 공로로, SDI 이 상무는 세계 최초로 초박형 HDTV용 브라운관을 개발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각각 이사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는 영예를 누렸다. 또 삼성전자 이원식 상무는 반도체 주요 생산제품의 성숙수율을 조기에 달성한 공로로 이사 1년차에서 상무로 승진해 주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고진갑기자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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