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균형발전?나눠먹기?

김창익 기자 <정치부>

‘국토 균형발전’인가 ‘여야 균형발전’인가.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은 기자에게는 설레는 일이다. 지난 22~23일 이틀이 그랬다. 여야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관련, 부처이전 범위를 놓고 한 번의 일몰과 다음날 일몰까지 거의 만 하루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하는 동안 기자는 국회 4층 건교위 회의장으로, 1층 여야 의총장으로 분주히 뛰며 기사를 타전했다. 여야는 장시간 밀고 당긴 끝에 ‘12부4처2청’을 이전 범위로 정했다. 마지막 기사를 전송한 다음에 이젠 끝났다는 카타르시스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 그동안 행정도시를 둘러싼 여야의 협상자세를 돌이켜보면 역사를 다룬다는 ‘소명 의식’은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번 협상은 ‘이것 줄 테니 저것 달라’는 식의 거래라고 보는 게 더 맞다. 협상결과가 실제로 그렇다. 12개 부처 이전이라는 합의안은 16개 부처를 옮기자는 여당안과 7개 부처면 된다는 야당안의 산술적 평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협상과정에서 특위의 한 야당 의원은 “행자부와 경찰청을 주면 재경부 등 경제부처는 넘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 행자부와 문화부를 바꾸자는 협상안도 나왔었고 숫자를 맞추기 위해 여성부가 잔류하는 결과도 빚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수도권과 충청권 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계산에 골몰했을 뿐 국토 균형발전 같은 원래 취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김한길 특위원장, 박병석 우리당 의원, 김학송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협상안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 특위를 통과하자 손을 맞잡고 기뻐했다. 협상은 ‘윈윈(win-win)’이네 ‘상생(相生)’이네 하는 자화자찬도 쏟아졌다. 기자에게는 이들의 말이 표 계산을 해보니 줄만큼 주고 받을 만큼 받았다는 얘기로 들렸다. 정치란 원래 이런 것인가 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은 각 당의 정략 사이를 오가다 다 닳아 없어지고 표 계산에 따른 ‘여야의 균형만족’이라는 결과만 남은 듯했다. 양 당이 지루한 협상을 끝낸 다음날인 24일 손익계산을 끝낸 여야는 모두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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