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겉으론 건강문제·속내는 경영권 확보?

■ 박병엽 팬택 부회장 돌연 사의<br>비협약 채권 리파이낸싱 협상중 "스톡옵션도 포기" 파격적인 결정<br>"사전 고지 못받아" 권단은 당혹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6일 전격적으로 사퇴를 표명하면서 이달 말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종료를 앞둔 팬택과 박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오는 31일을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팬택이라는 회사는 내가 만들었지만 나를 떠나서도 가치 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 경영진이 탄탄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 말까지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 권리도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사실상 경영권 확보를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스톡옵션까지 포기한 파격적인 결정을 해야 할 까닭이 딱히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박 부회장이 팬택을 창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자 이달 말에는 워크아웃 종료도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박 부회장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의 사퇴 배경에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채권단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채권단과의 갈등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당초 팬택이 채권단과 워크아웃 종료를 약정한 시기는 12월31일이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19일 산업은행의 주관 아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6년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되면서 은행이 직접 자금을 마련하는 자율협약 방식이 도입됐다. 당시 10개 채권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제2금융권과 기업어음(CP), 상거래채권 보유자 등 비협약채권자들이 전격적으로 동의하면서 4,558억원에 대해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대신 비협약채권자들의 동의를 원활히 하고자 이들에게는 은행보다 5~10%포인트가 낮은 비율로 출자전환을 진행했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별도로 1,2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했다. 남은 차입금은 5%의 고정금리를 소급 적용해 2011년 말까지 상환을 유예했다. 올해 말로 팬택이 워크아웃 종료가 예정된 배경이다. 일단 실적에서는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다. 팬택은 워크아웃 개시 이후 17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하고 있다. 올 3∙4분기에는 매출액 8,275억원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0.58%, 영업이익은 146.57% 늘어났다. 이 때문에 실적만 놓고 봤을 때는 워크아웃을 마무리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문제는 연말로 만기가 도래한 4,500억원 규모의 채권이다. 2,200억원은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워크아웃을 주도했던 채권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어 만기연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새마을금고ㆍ신협 등 비협약채권자(일반채권자)에는 올해 말까지 2,3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채권단은 2,300억원을 갚기 위해 다시 자금을 마련하는 리파이낸싱을 올 하반기부터 모색해왔다. 이에 따라 팬택의 워크아웃 종료는 채권단이 2,300억원을 어떤 방식으로 충당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과 비협약채권 2,300억원을 갚기 위해 긴밀하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방안과 신디케이티드론을 추진하는 방안 등 여러 방식이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 부회장의 사퇴 소식을 채권단은 사전에 고지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박 부회장 사퇴 소식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사전에 얘기된 부분이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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