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올해 수능시험의 성적이 개별 통지된 2일 일선 고3 교실의 표정은 전체 평균성적이 올랐다는 평가원의 발표와는 달리 침체된 분위기였다. 반면 재수생들은 `원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안도의 분위기 속에 각 대학의 입시요강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느라 분주했다.
◇고교가 4년 제냐=성적발표 결과 상위 50%의 재수생들의 평균점수가 원 점수 기준 인문계와 자연계가 각각 13.6점, 18.1점 높아지자 예상한대로 `작년의 재방송`이라며 고3교실은 한숨이 가득 찼다.
서울 대성고의 이재희 연구부장 교사는 “280점 이하 중상위권은 많아지고 280점 이상 상위권은 대폭 줄었다”며 “수능직후 채점한 것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학생들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가 채점 보다 5점이 떨어진 서울 휘문고의 이모(18) 군은 “1점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마당에 5점이나 떨어져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부모님, 선생님과 상의해 재수를 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대부분 성적이 오른 재수생들은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살피는라 분주했다. 지난해보다 10점이 올랐다는 재수생 양은실(19ㆍ서울 중구 신당동) 양은 “점수가 올라서 일단 안심”이라며 “목표학과를 여러 개 세워두고 학원에서 구체적인 진학상담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고의 박철규 3학년 부장교사는 “성적표를 받아 본 학생들은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아 침체된 분위기”라며 “학생들의 점수분포가 공개되지 않아 입시 학원의 배치표에 의존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진학지도 `비상`= 최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떨어지고 전체 평균점수가 올라 중상위권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수생 강세 현상이 겹치면서 일선 고교에서는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서울 상문고의 선희영 3학년 담임교사는 “벌써부터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고3 재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며 “적성을 감안하면서도 재수생 강세를 피해 대학을 선택하는 입시전략을 짜야 될 것 같다”며 난감해 했다.
상위권 재학생은 1ㆍ2학기 수시모집에 이미 합격한 학생이 많아 일선 고교에서는 중상위권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중상위권이 두터워져 비슷한 점수대가 밀집해 있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 연수고의 박삼이 3학년 부장교사는 “중상위권이 밀집돼 눈치 작전이 극심해질 것 같아 학과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재수를 되도록 피하고 충청권 대학까지 노리는 방향으로 진학지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정답` 피해자들 반발=언어영역 17번 문제가 복수정답으로 처리되면서 전체 수험생들의 평균이 1.5점까지 더 상승한 곳으로 나타나자 원래 정답이었던 ③번을 선택했던 수험생들은 전체평균이 올라 자신의 등급이 떨어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삼성고의 송진아(18)양은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원래정답인 ③번을 맞췄는데 ⑤번이 복수 정답으로 인정돼 전체 평균이 1점 이상 오르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며 “이번 사태로 대학에 떨어지면 교육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라도 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