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거내각 마무리 내각(사설)

5개월만의 개각이다. 김영삼대통령의 임기중 사실상 마지막 개각이다.새 내각은 12월의 15대 대통령선거를 관리할 선거내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당적과 의원직을 가진 장관을 포함하여 11개부처의 장관을 교체했다. 총리와 경제, 통일부총리를 유임시켜 국정의 큰 줄기는 일관성있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선거관리를 위한 개각인 만큼 당적배제와 중립적 색채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띄지만 지나치게 잦은 개각으로 정책의 일관성은 또 한번 크게 흔들릴 우려를 낳고 있다. 현 정권 4년 5개월에 27번의 개각으로 장관급 이상만 1백31명의 얼굴이 오르내렸다. 1백일 이하 단명장관이 9명에 이르는 등 각료의 평균 재임기간이 11개월이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바뀌었다.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은 기대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 소신을 펼 여유가 없었던 잦은 개각의 책임이다. 새 내각의 책무는 우선 오는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시비나 잡음없는 선거를 치러내야 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장관이 당적을 바꿨다고 해서 중립내각과 공정관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법과 제도·인사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이번에야 말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공정하게 치러 후세에 본보기로 남기겠다는 의지이다. 또하나 책무는 정권말기의 흐트러지고 안일해지기 쉬운 국정을 추스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정권말기로 갈수록 눈치보기 줄서기가 심화될 것이다. 특히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남북관계 등 안보문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 선심성 정책도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과거처럼 선거논리에 끌려다닐 개연성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경제나 안보가 선거에 이용되지 않도록 확고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일부 부처에 비전문적인 인사가 눈에 띈다. 임기말 논공행상식 나눠주기 인상을 풍기는 대목이다. 그 때문에 업무파악이 늦어지고 부서장악의 한계로 행정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은 임기동안 적당히 자리나 메우고 장관행세나 하다 끝낸다거나 한건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일을 벌이며 설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어지러진 국정을 잘 마무리해서 다음정권에 빚을 넘겨주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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