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수들 「제자구직」 발벗었다(취업대란)

◎동향·친인척등 연줄 최대한 동원/총장까지 동문기업 찾아가 청탁/교수2백명에 「특명」내린 대학도하반기 취업기상도가 「잔뜩 흐림」으로 나오자 대학마다 취업대책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강의와 연구만으로도 눈코뜰 새 없는 교수들은 물론 총장까지 제자들의 취업전선에 직접 발벗고 나섰다. 대학들이 가장 단골로 애용하는 메뉴는 동문기업 찾아다니기. 총·학장이나 기획실장, 학생처장들이 몸소 동문기업을 방문해 제자들의 취업청탁을 하고 있다. D대 기획실장인 박모교수는 『처음에는 다소 망설여졌으나 제자들이 취직을 못하는 판에 체면이 어디 있느냐. 동문·동향·친인척 등 연줄이 조금이라도 닿는 기업은 모조리 찾아 다닐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의 J대는 교수 2백여명을 취업정보요원으로 편성, 2학기 개학과 함께 기업체와 기관 5백여곳을 모두 찾아나설 계획이다. 또 다른 J대학은 기업방문 교수단을 학과별로 편성, 7∼8개 기업씩 방문토록 할 방침이다. S대학은 이달초부터 부총장을 팀장으로 취업대책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업체 섭외비에 들어가는 예산을 별도로 편성했다. 이 대학관계자는 『개강하는 대로 곧바로 대기업 홍보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방학중 밤을 새워가며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3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들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D대와 K대 등은 총장이 직접 기업을 방문, 홍보활동을 벌일 계획. 보직교수 회의때마다 『취업대책을 마련하라』는 총장의 불호령에 교수들은 저마다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나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취업대책에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다 보니 연구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라고 C대학 교학과 신모교수는 밝혔다. 또 대학마다 「품질인증제」 「졸업생 AS프로그램」등 새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는가 하면 학내에 취업박람회 유치를 추진하기도 한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 상반기에 재교육 프로그램인 「졸업생 AS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동국대는 2학기부터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거친 학생을 보증하는 「참사람인증제」를 시행키로 했다. 동국대 취업과 김병수과장은 『우리대학에서 공부한 학생은 졸업후에도 실력을 보증한다는 의미에서 참사람인증제를 도입했다. 대기업등 1천여곳에 관련홍보자료를 보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캠퍼스 「취업박람회」를 유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대·고대·연대·경북대 등 10개 대학은 인턴사, 한국대학신문 등과 공동으로 기업체를 대학에 초청, 2∼3일간 취업박람회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사정이 어려워 초청에 응하는 기업이 적을 것으로 예상돼 대학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취업난 「무풍지대」에 속했던 서울대도 개교이래 처음으로 이달말 취업정보실을 문화관에 개설, 학생들의 취업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으로 있어 취업대란의 실상을 말해주고 있다.<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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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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