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기 보컬그룹의 멤버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밤 낮 없이 몰려드는 극성스런 청소년 팬들 때문에 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동네 어귀에 모여 웅성거리는 자체가 조용한 분위기를 깰 뿐 아니라 때로는 차량의 진행이 막히는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혹은 각광 받는 스포츠 팀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역사도 길다. 고대 로마의 노예 검투사들 중에는 인기 덕에 자유를 회복한 사람도 있었다니 그 때에도 팬이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그러나 팬(fan)이라는 호칭으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1889년 3월26일자 '캔저스 타임즈 앤드 스타즈'라는 신문이 '캔저스 시(市) 야구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처음이었다 한다.
개인에 대한 팬클럽이 생긴 것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루이스 워라」란 인기배우의 팬들이 「워라 기사단」이란 이름의 모임을 만들어 공연 때면 따라다녔다는 사실이 1902년의 기록에 남아 있다.
축구 팬에 대한 기록은 다소 늦어져 1914년 영국의 '데일리 익스프레스'지에 '제1 리그의 축구 팬'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그 이전의 축구에 팬이 없었다는 뜻은 아닐 터이다. 유럽과 남미에서 축구에 대한 열기와 팬들의 극성이 얼마나 뜨겁고 격렬했는지는 잘 알려진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월드컵을 유치하면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저들처럼 뜨겁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응원은 경이롭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듯하다.
경기장을 찾은 응원단의 붉은 물결은 그렇다 쳐도 비가 오는 가운데 전국의 81개에 달하는 대형전광판 앞에 70만명 내외의 인파가 모였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작용이 없지 않다. 교통체증으로 불편을 겪기도 하고 지자체선거가 관심 밖으로 밀려나 투표율이 낮아질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국민이 보여 준 응집력과 응원문화는 그것만으로도 축구의 승패를 떠나 귀중한 경험이고 소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성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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