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현대차노조의 언론편식

“초대하지도 않은 기자가 나타나 결국 오보를 날렸네요.” 엊그제 현대자동차 노조를 출입하는 일부 중앙언론사 기자들에게 현대차 노조에서 보낸 한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당일자 모 유력 중앙일간지에 게재된 ‘현대차 노조 파업 자제’ 제하의 기사에 대한 해명과 항의가 뒤섞인 것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 메일에서 “해당 기자는 기자 간담회에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나타나 위원장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노조 기자 간담회 등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적시했다. 현대차 노조는 결국 다음달 25일부터 민주노총에서 주관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정치파업 참여 일정을 이 날짜로 부랴부랴 발표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해프닝은 ‘위원장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항의를 받은 해당 언론사의 탓만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이른바 ‘적대 언론’과의 장벽 쌓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현대차 노조는 상당수 언론에 대해 일체의 커뮤니케이션을 끊은 지 오래됐다. 노조에 불리한 기사를 써대거나 노조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일관되게 견지해온 언론사와 기자들은 ‘예외’로 제쳐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 때문에 위원장과의 기자 간담회 등 언론과의 주요 행사 때면 중앙언론사 가운데 자신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3~4개 언론사만 초청 대상으로 삼고 있다. 노사 양측의 공식적인 입장 취재가 절대적인 일선 기자 입장에서는 간담회에 초청받지 못했다는 불쾌감보다는 노조 측 정보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큰 게 사실이다. 모 언론사 출입기자는 “현대차 노조가 위원장 간담회 등 주요 일정마다 소위 적대언론에 대해 초대하지 않는 것은 기자들의 이 같은 본능을 자극하는 일종의 언론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욱 현 노조위원장은 올초 현대차 노조 사상 처음으로 3선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위기에 빠진 현대차 노사에 가장 적절한 카드’로 주목받았다. 반면 이 위원장은 지난 2005년 2선 위원장 당시 ‘반노조’ 기사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 카드를 내민 장본인이기도 하다. 위원장 간담회에 기자를 ‘뺀찌’시키는 얄팍한 언론 대응에서 벗어나 좀더 대범한 언론관이 이상욱 위원장에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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