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과세 보험 탈세 수단으로 악용

수백억 불법자금 관리로 10년째 보험왕 꿰찬 설계사 등 입건<br>금감원 비리 전면 점검

세무 당국에 납입내역을 통보할 필요가 없는 비과세 보험상품이 불법자금의 탈세에 이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탈세 과정에서 대형 생명보험사 설계사들이 연루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은 거액의 보험 판매실적을 거둬 '보험왕'에 오르기도 한 유명 설계사들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보험 가입 대가로 억원대 금품을 가입자에게 제공한 혐의(보험업법 위반 등) 등으로 대기업 계열 A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예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B생명 소속 보험설계사 고모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예씨는 대구의 인쇄업체 대표 이모씨가 조성한 200억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비과세 보험 400여개를 통해 관리하면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씨 부인의 문모씨에게 보험 가입 대가로 6차례에 걸쳐 3억5,000만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예씨는 2007년 3월 이씨의 보험 200여개를 해약하고 다른 상품으로 변경하겠다고 한 뒤 해약보험금 101억원 가운데 60억원가량을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투자 등의 용도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도 받고 있다. 특히 예씨는 10년 연속 보험왕 자리에 오른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고씨도 이씨가 가입한 200억원 상당의 보험 200여개를 관리하면서 2005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이씨에게 보험 가입 대가로 2억2,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200억원대 불법자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업체의 어음ㆍ수표 거래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인한 끝에 무자료거래로 500억원가량을 조성해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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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씨가 2011년 캐나다로 234억원을 빼돌린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씨가 캐나다 영주권자인 터라 재외동포는 불법자금이라도 본인 명의의 재산임을 입증하면 국외로 반출할 수 있다는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인 매출자금 37억원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를 포착하고 이와 관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의 조세포탈자금 500억원을 확인했으나 연간 포탈세액이 3억원을 넘지 않아 형사처벌을 할 수 없어 500억원 가운데 공소시효가 남은 200억원가량에 대해서만 국세청에 과세 통보할 방침이다.

경찰은 보험설계사들이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내세워 보험 가입을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업계에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보험설계사의 비자금 관리,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설계사 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웃돈을 얹어주는 위규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설계사에 대한 점검은 불완전판매나 보험사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앞으로는 비자금 관리에 가담했는지 여부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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