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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즐거운 뒷맛이 남았다

제3보(29∼36)<br>○이세돌 9단 ●시에허 8단 <제8회춘란배결승3번기제2국>



지난 10월 4일. 유성에 있는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극적인 대결이 있었다. 16강전에 진출한 16명의 프로기사는 공교롭게도 한국과 중국이 각각 8명이었다. 일본은 없었다. 편싸움이라도 하듯이 한중전 8판이 벌어졌는데 한국이 5승3패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팀은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간판스타인 이세돌과 이창호가 탈락했기 때문이었다. 이세돌은 콩지에의 호된 공격에 이리저리 시달리다가 흑으로 불계패를 당했고 이창호는 구리와 살 떨리는 반집승부를 다투다가 종내 백으로 반집을 패했다. 중국기사로는 콩지에와 구리, 그리고 천야오예가 8강에 올랐고 한국기사로는 박영훈, 원성진, 김지석, 이영구, 나현이 올라갔다. 흑29가 이 장면의 정답이다. 이것이 삶의 궁도를 확보하는 최선의 착점이다. 이세돌의 백30은 강인하게 버틴 수.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해설을 맡은 진시영4단은 참고도1의 백1이 무난한 응수라고 말하고 있었다. 흑이 4까지로 살면 백은 5로 하나 몰아놓고 7로 지켜서 나쁘지 않다는 해설이었다. 귀는 패로 사는 뒷맛이 남는다. 흑8에는 9로 받아서 패가 난다. 백32는 다소 의문이었다. 그 아랫자리에 장문을 씌우면 흑 한 점이 그대로 잡히는데 축으로 두었기 때문에 나중에 축머리를 이용당하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흑35로 귀의 백은 잡혔지만 즐거운 뒷맛 하나가 남았다. 참고도2의 백1로 치중하는 날카로운 수단이 그것. 만약 흑이 2로 받는다면 백3 이하 11로 잡혔던 귀가 홀연히 부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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