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구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다

저성장 단계 들어선 한국 구조개혁 없인 희망 없어

유연한 경제구조 만들어야


일본의 불황은 20년이 넘었다. 20년 동안 지속된 경기침체를 불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황은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우리는 가르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불황은 이미 불황이라고 부르기에 마땅하지 않다. 그것은 추세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일본의 그와 같은 현상은 장기균형이며 지금의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한 장기적으로 탈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 일본은 양적 완화라는 막대한 통화팽창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경제정책에는 늘 명암이 있다. 그것이 단기정책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일본의 통화정책은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그와 같은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라고 본다면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불황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양적 완화의 부작용이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게 될 것이다.


일본의 정책이 잘못된 것은 일본의 불황을 추세적(장기적)인 것이 아니라 경기변동적(단기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양적 완화와 일본의 양적 완화는 매우 다른 정책 처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의 양적 완화는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단기 처방이었다. 그리고 미국은 성공했다. 그러나 일본의 불황은 구조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에 양적 완화와 같은 단기 처방이 시간을 두고 성공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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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성공하고자 한다면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를 유연화하고 양적 완화와 같은 단기 처방을 구조개혁에 따르는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한 진통제 정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의 경험은 많은 면에서 우리의 반면교사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 개혁을 천명했다. 매우 적절한 정책과제이고 방향이라고 본다. 한국 경제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것은 저성장 장기경로로의 추세적 성장률 하락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그 저성장 장기경로라는 것이 몇 퍼센트의 성장률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추정해 볼 수는 있으나 그에 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짐작컨대 현재 일본의 장기 성장률보다는 높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짐작일 뿐이다. 재벌에 집중된 생산구조, 서비스업의 저생산성, 구태의연한 교육과 금융 제도와 관행, 효율적인 경제구조를 위한 법적 구조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국회,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경직적인 관료조직, 법률의 비대칭적인 적용, 노동운동의 퇴행성 등 어느 것 하나 희망을 둘 수 없지 않은가. 더욱이 인구구조는 더욱더 고령화하고.

대통령이 제시한 구조개혁의 화두는 만시지탄은 있으나 지극히 적절한 것으로 시대적 소명이라고 본다. 50년 전 우리의 선배들이 시작한 경제개발을 이제 완성할 단계가 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장기성장경로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고도성장을 하던 시기였으니 1970~1980년대라고 하면 1%의 성장률 차이가 뭐 대수로운 것이냐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1%는 지극히 소중한 것이다. 1%의 높낮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조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는지 잘 알지 않은가.

한편으로 구조조정의 고통을 다스려야 할 이 나라의 거시경제정책은 현실인식도 철학도 없는 것 같다. 통화정책은 몇 년 전에 해야 할 정책을 이제 시행하고 있고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발언은 무슨 선문답 같다. 우리가 사치스럽게 양적 완화를 논할 처지는 아니지만 정책이 시의성을 잃으면 사용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것이다. 복지에 치우진 재정정책은 끝 모르게 지출만을 증대시키고 있다. 구조조정 없이 재정 당국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재정수입 증대를 통한 흑자예산 전환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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