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법정 의결일에 심사조차 못한 내년 예산안

 내년 예산안이 사실상 법정시한을 넘겼다. 12월2일까지 처리해야 했지만 하루 전까지 본회의는 고사하고 예산결산위원회에 상정조차 못했다.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 54조2항은 헌법 준수를 선서했던 바로 그 국회의원들에 의해 11년째 무시됐다. 무책임한 정치권에 나라를 좌우하는 법과 예산을 맡겼다는 게 한탄스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심사가 이뤄진다면 한숨을 돌릴 수 있으련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자면 그런 기적의 기미는 전혀 안 나타난다. 여당이 감사원장 후보자 인준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청와대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야당도 ‘직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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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처럼 해를 넘기더라도 새해 첫날에 처리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은 준예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사회간접자본(SOC), 일자리 지원, 복지사업 등이 일제히 중단되는 사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0월 미국과 전세계를 충격과 혼란으로 몰고 갔던 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의 재앙이 우리나라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정부의 재정사업에 기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에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야당 내부에서조차 “이러다가는 공멸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무 때나 힘으로 밀어붙이고 툭하면 사생결단을 외치는 싸움박질 정치에 이젠 넌덜머리가 난다. 오죽하면 “우리 헌법에 왜 국회해산제도가 없는지 모르겠다”는 쓴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맞아’를 연발할까. 국회의원 다시 뽑자는 말을 듣기 싫으면 이제라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로 힘자랑만 하려면 국민과 국가를 위해 금배지를 한강 다리에서 던져버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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