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숨은 돌렸지만(사설)

급박하게 돌아가던 외환위기에 숨통이 트여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듯 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선진 7개국(G7)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으로 외채부도(디폴트)가 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선언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조기 지원될 1백억달러의 직접적인 효과도 효과지만 간접적인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조기지원은 IMF와 미국 일본을 포함한 G7이 한국의 부도위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효과로 나타나고 그만큼 대외신인도 제고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신인도 제고나 지급보증 효과는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단기외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자세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환사정은 훨씬 호전될 수 있다. 실제로 미·일의 금융기관이 만기가 도래한 단기외채의 상환을 연장하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들린다. 한국 외환위기의 본원은 정부가 총규모를 파악하지도 못했을 만큼 단기외채가 예상보다 많은 데 있다. 뒤늦게 밝혀진 단기외채 규모에 신인도가 더욱 나빠져 외국 채권자들이 채권회수를 서두른 한편 채무 연장을 해주지 않은데서 위기가 증폭됐다. IMF자금으로는 단기채무를 갚기에도 모자란다. 문제는 채무연장에 달려 있다. 채무 연장률이 40%이상 되어야만 외환숨통이 트이고 외환보유액도 쌓이는 여유를 갖게된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가 직접 경제를 챙기고 주도적 노력으로 위기해소의 길을 열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비싸다. IMF이행조건도 벅찬데 추가합의 조건이 덧붙여져 힘겹지 않을 수 없다. 급전을 빌리기 위해 남은 모든 것을 내준 꼴이기 때문이다. 단시간 내에 동시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사실상 벌거벗겨지는 상황에서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진국은 거대자본과 선진기법으로 은행과 기업을 인수합병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고환율·저주가 상태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인수할 수 있고 손쉬워진다.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화함으로써 외화의 해외탈출과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교란 위험도 커진다. 국내 산업과 금융의 대외 예속가능성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과거의 체질과 관행은 미국식 개방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라면 또 위기재발을 예방할 일이라면 미적거릴 필요가 없다. 다만 정부는 위기의 실상과 전후 과정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대응전략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부도난 경제를 인수하는 다음정권이 경제회생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해 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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