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밀실속의 인터넷 종량제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이용경 사장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장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넷 종량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글을 게재하자 순식간에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댓글이 수백개씩 따라붙었다. 사장으로서 KT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을 보다못해 공과사의 불분명한 경계에 있는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직접 네티즌 설득에 나선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 인터넷이 올 스톱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 ‘대국민 협박’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뿐 아니라 댓글의 대부분이 반박 일변도로 흐르는 등 그의 노력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터넷 종량제를 둘러싼 KT의 최근 대응을 보면 답답한 느낌부터 든다. 기자는 종량제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던 지난해 여름 종량제에 관한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KT측은 종량제 도입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네티즌 설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때는 ‘풍랑’ 수준이었던 네티즌의 반대여론이 이제 ‘쓰나미’로 확대됐지만 KT가 강조했던 설득 작업은 찾아볼 수 없다. 머지않아 종량제 반대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그제서야 설득에 나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설득에 앞서 응당 나와야 할 KT의 공식 입장도 찾아볼 수 없다. KT는 “종량제를 언제쯤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는 주주총회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종량제의 당위성을 내비치는데 회사의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와 다른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태도 역시 개운치 않다. 국민 여론이 들끓는데도 정부는 ‘민간의 몫’이라며 침묵을 지킨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KT 뒤에 숨어있는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KT 불매운동을 지켜보며 미소짓는 케이블방송(SO) 사업자들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용경 사장은 6일 아침 자신의 블로그에 댓글을 단 네티즌 중 한명을 초청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CEO 개인 차원이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가 공론의 장으로 나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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