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8월 입주자는 봉인가

"정부에 8월 한달치 월세로 400만원을 준 셈이 됐네요."


지난달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박모씨. 어렵사리 돈을 모아 4억원짜리 집을 장만했다는 기쁨도 잠시 요즘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가 지난 10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취득ㆍ양도세를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한 뒤부터다. 집을 처음 마련했다는 기쁨에 다른 입주자들보다 서둘러 지난달 잔금을 치른 뒤 등기까지 마치고 취득세 800만원을 냈는데 느닷없이 세금 감면 정책이 발표된 것이다. 그는 "남들보다 먼저 입주하는 바람에 '생돈'400만원을 날리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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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0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취득ㆍ양도세 감면 적용시기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채 대책이 발표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취득세 50% 감면 부분은 혜택이 주택을 구입한 사람에게 골고루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세금 감면 적용시기가 국회 상임위 통과일이 되든 대책 발표일이 되든 간에 7~9월 입주 아파트 단지에서는 잔금 납부시점에 따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놓고 희비가 엇갈리게 돼 있다. 똑같은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고도 단지 잔금을 언제 치렀느냐에 따라 수백만원이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7~9월 입주했거나 예정인 단지는 전국적으로 4만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8월 입주를 시작해 50%가 넘는 주민들이 이미 취득세를 낸 상태"라면서 "매일 수십통의 항의 전화를 받는데 해줄 말이 없다"고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정부 정책이 완벽할 수 없고 모두를 만족시키기도 어렵다. 수혜를 입는 사람이 있으면 선의의 피해자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3개월짜리 초단기 대책을, 그것도 세밀하지 못한 상태로 내놓은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보다는 임기 말로 접어든 이명박 정부와 여당 대권후보를 띄우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이 모두에게 이롭기는 어렵겠지만 8월 아파트 입주자와 같은 선량한 서민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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