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절반 이상을 무더기로 허가구역에서 풀기로 한 것은 최근 땅값이 안정되면서 투기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10년 이상 장기간 토지이용 제한에 따른 주민 불편과 민원도 고려됐다.
무엇보다 경기침체로 토지거래가 위축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규모 해제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2009년 이후 다섯번째 지정 해제=국토부가 이번에 전체 토지거래허가구역 2,342㎢의 절반이 넘는 1,244㎢의 땅을 한꺼번에 해제하면서 해당 토지 소요주들은 앞으로 자유롭게 땅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이 해제됐다. 용인ㆍ수원ㆍ부천ㆍ성남ㆍ안양 등지에서 현재 지정면적의 66.2%인 741㎢가 풀려 379.1㎢만 남게 됐다. 이어 대구에서 현재 지정면적의 92.9%인 142.97㎢가 해제됐고 인천 117.58㎢(46.6%), 경남 110.94㎢(36.7%), 울산 107.44㎢(89.5%)가 각각 해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가 급등기에 나타난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지정됐으나 최근 3년간 지가변동률이 연평균 1% 내외로 안정돼 있고 투기 우려도 적어 해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대적으로 푼 것은 2009년 1월 첫 해제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이처럼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경기침체로 토지거래가 크게 위축돼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누적 지가변동률은 지난 2008년 -0.32%를 기록한 데 이어 2009년 0.96%, 2010년 1.05%, 지난해 1.17%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토지거래량도 지난해 전년 대비 11.3% 늘기는 했으나 이는 2010년 거래가 크게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는 지가 급등과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이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 현재 상황에서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토지거래가 활성화돼야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거래 활성화될까=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규모 해제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가 당장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이란 문제 등 외부 변수가 많아 올해 경기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경기가 좋아져서 기업의 토지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번 해제가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며 "허가구역 해제 외에도 올해 말로 종료되는 부재지주 양도세 중과 면제 등의 추가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경우 토지 쪽에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건설이 계속되고 있고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화성 동탄2, 수원 광교, 김포 한강, 파주신도시 등 주변 지역과 경기 하남ㆍ시흥시 등을 해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