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현대차 디자인은 '건강한 자연'이 될 것"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YF 쏘나타에 현대차 디자인 아이덴티티(DI)인 '플루이딕 스컬프쳐(유연한 역동성)'를 적용, 패밀리 룩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유체가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일종의 조각품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 현대차는 이 때부터 이 같은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되고 있다. 새로운 DI를 고안하고 발전시킨 디자이너가 바로 토마스 뷔르클레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 소장이다. 그를 최근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에서 만났다. 그는 미래 현대차 디자인에 대해 "예술과 역사에서 영감을 얻은'건강한 자연'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적인 이미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재료부터 디자인까지 친환경성을 띠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뷔르클러 소장은 이어 머지 않은 날 현대차가 차를 뛰어 넘어 즐기고, 일하고, 쉴 수 있는 개인만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밀리 룩 디자인에 대해서는 "각자 맡은 역할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처럼 브랜드 안에 각 차종도 캐릭터를 갖고 있다. 패밀리 룩이라는 닮은 꼴 안에서 디자인적인 일관성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패밀리 룩의 플루이딕 스컬프쳐와 특징적인 요소들은 한국 사찰의 지붕 곡선과 같은 전통적인 조형과 자연의 모습에서 기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투싼ix의 헥사고나 그릴, YF쏘나타의 이글 아이 램프, 아반떼의 벌집 그릴도 여기서 왔다"며 "벌집 그릴의 경우 자연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형이며, 벌처럼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과 더욱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유럽서 호평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패밀리 룩 작품은 투싼ix다. 유럽에서 대박 난 이 차량을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뷔르클레 소장은 이 모델을 통해 유럽인들이 현대차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첫 패밀리 룩 차량인 YF쏘나타에 대한 엇갈린 지적에 대해서도 평했다. 그는 우선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미래 현대차를 위한 반석'이라"며 "쏘나타의 디자인에 대한 지적이 새로운 것에 대한 소통이며, 낯선 디자인에 대해 익숙해 지는 교육 효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로 옮기기 전 그는 BMW서 수석 디자이너로 주가를 날렸다. 그가 디자인한 대표적 차량이 BMW 6시리즈 카브리올레ㆍ쿠페, 3시리즈 세단이다. 뷔르클레 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현대차는 끈질긴 구애로 그를 설득했다. 그는 "당시에 직장 동료들이 모두들 퇴보의 길이라며 한사코 말렸다"며 "당시 만류했던 지인들은 지금 현대차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BMW라는 브랜드는 디자인 언어가 고정돼 있어 디자이너들의 자유가 적은 반면 현대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테니스 코트에 디자이너들을 던져놓고는, 그 안에서 자유로운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해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