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채용확대, 선진화 역행 안되게

내년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어서 청년 일자리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의 내년 신규 채용을 올해보다 4,000여명 많은 1만4,4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졸자 채용비중을 20%로 늘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기업의 채용을 늘리기로 한 것은 내년 경제성장세가 둔화돼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취업자 증가는 25만여명에 그처 40만명을 웃돈 올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 부문의 채용문을 넓히는 것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또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 확대는 공공 부문의 고용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공기업의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정원을 묶어놓은 결과 일부 공기업들의 경우 임시직 채용이 늘어나는 등 고용구조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기업 신규 채용이 일시에 대폭 늘어날 경우 경영효율화를 비롯한 선진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통폐합 등이 추진됐고 지난 3년간 감축된 인력만도 2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효율성도 민간 부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공공 부문의 선진화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공기업의 지난해 현재 부채규모를 보면 LH 125조원, 수자원공사 5조원, 한전 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릴 경우 자칫 그동안의 선진화 성과를 반감시키거나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경영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채용을 늘리되 필요인력의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신규 채용 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공기업 채용확대가 취업자 10명 중 1명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 부문 종사자일 정도로 왜곡된 우리나라의 고용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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