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몰려드는 아랍 난민들 어쩌나"…유럽, 대책 마련 속앓이

재스민 혁명 후폭풍<br>"재정적자 악화의 주범 중 하나" 英·佛등 불법이민 경계감 팽배<br>독재정권 측근들 상당수 포함돼 인도적 차원서 수용하기도 난감<br>"난민 발생없게 이집트등 지원을" 메르켈 獨 총리 해결책 제시도


지난 10일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람페두사 해안에 작은 보트 여러 척이 등장했다. 보트 안에는 후드 점퍼를 입은 아랍 남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젊은 남자들은 육지에 발을 디딘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재스민 혁명 이후 경계가 느슨해진 튀니지 해안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불법 선박에 올라타기 위해 1,800달러를 지불한 후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불청객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스러웠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람페두사섬 난민수용센터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틀이 지나서는 1,000명이 넘는 튀니지인들이 람페두사 섬으로 한꺼번에 들어왔다. 또 다음 날엔 열여섯 척의 보트가 선착장 앞에 줄을 서서 대기했다. 이에 대해 글로브앤메일은 "튀니지인들의 람페두사섬 상륙이 유럽에서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문은 "그것도 하필이면 유럽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는 시점에서 수천명의 아랍인들이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몰려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불과 며칠 만에 튀니지 난민 수가 수천명으로 불어나면서 람페두사 섬 전체 인구 수를 넘어섰다. 섬의 최장 길이가 20㎞에 불과한 람페두사섬은 난민수용센터에 이어 야외 축구장, 종교 시설, 구치소 시설까지 난민들에게 쉼터로 내주었다. 시칠리아 지역의 또다른 섬에는 이집트 난민들이 들어왔다. 글로브앤메일의 지적대로 유럽은 아랍 독재 정권의 붕괴와 민주화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혼란 속에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몰려들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시작은 튀니지에 불과하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리아ㆍ리비아ㆍ알제리ㆍ모로코 등지에서도 유럽 상륙을 목표로 하는 탈출 행렬이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유럽 각 국에는 외국에서 신규 유입되는 인구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해져 있는상황이어서 각 국 정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정 적자 문제의 여러 배경 중 하나로 불법 이민자들이 꼽히면서 반이민 정서가 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난민에 대한 포용주의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됐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ㆍ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ㆍ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의 우파 지도자들까지 나서 유럽 내에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이슬람인들을 향해 '다문화주의 실패' 등의 발언을 거듭하는 등 비우호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럽이 아랍계 난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이탈리아로 몰려든 튀니지인들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튀니지 난민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유럽연합(EU)에 SOS를 보냈다. '인류적 긴급사태'라 칭하며 1억 유로의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현 추세라면 수개월 내에 튀니지 난민 수가 8만명에 달할 지 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프라티니 외무장관은 금전적 지원과 함께 "다른 EU 회원국들이 튀니지 난민을 나누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올레 쉬레더 독일 내무 장관은 "이탈리아가 과민 반응을 보인다"며 "독일은 매년 이탈리아보다 6배 많은 4만8,000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튀니지 등 내홍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난민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우회적 주장도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의) 사람들이 자국 내에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돕고, 모국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는 아예 튀니지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스트리아연합통신(APA)는 지난 17일 내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우리는 튀니지 난민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는 얼마 전부터 불법 이민을 막고 망명 허용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화해 왔다. 이 같은 유럽의 움직임에 대해 유엔(UN)은 우려 섞인 입장을 밝혔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 국가가 불법 이주자나 원치 않는 이주자를 수용할 경우 내부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인권은 온전히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유엔의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등 유럽 출신 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이 난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튀니지를 떠난 난민들 중에는 가난이나 폭력이 두려워 모국을 등진 사람들도 있지만 독재 정권의 측근으로서 처벌이 두려워 탈출한 사람들도 상당 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향후 튀니지 뿐만 아니라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지에서도 내부 처벌을 피해 탈출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엔고등난민위원회(UNHCR)도 부인하지 않는다. 라우라 볼드리니 UNHCR 이탈리아 대표는 "아이러니하게도 부유한 자들, 전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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