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미 출구전략 충격 이겨내려면


테이퍼링(tapering). 점점 가늘어지듯이 양적완화 규모를 점차 축소한다는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내년 세계 경제에 최대 리스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언급만으로도 인도네시아ㆍ브라질ㆍ터키 등 신흥시장에서 주가하락, 금리상승, 통화가치 하락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예고편은 심각했다. 10월 말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양적완화 축소가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더 어두운 시기로 진입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충분한 외환보유는 최우선 과제

이는 가까스로 회복 기대감을 갖게 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테이퍼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정상적인 회복궤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내년 정책운용이 정말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 유지와 충분한 외환보유액 확충은 지속돼야 한다. 따라서 원화가 2~8% 저평가돼 있고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다며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할 필요가 있다. 통화가치 평가는 산출방식과 기준시기 설정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외환보유액 과다 문제도 전통적 방식으로 산출된 적정수준보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과 같은 나라의 경우 다소 많은 양의 외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양적완화로 막대한 달러를 풀어온 미국이 이제 와서 다른 나라의 시장개입을 공개하라고 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미 출구전략과 관련해 불안을 겪는 신흥국들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국가라는 점, 1997~1998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액 부족이 단초가 됐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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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높은 자본시장 개방도를 감안해 보다 강화된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의 활용이 필요하다. 정부도 선물환포지션 한도규제(2010년 10월), 외환건전성 부담금(2011년 8월), 외국인 채권투자 비과세 조치 철회(2011년 1월) 등 외화건전성 제고를 위한 3종 세트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의 '미 출구전략 이후 자본이탈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자본유입 규모 및 자본유출지수로 파악한 결과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선진국 출구전략 시행 위험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높은 수준의 자본시장 개방수준 유지가 국제금융시장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사항이라 해도 이에 따른 적절한 정책과 모니터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경제의 기초여건에 비해 과도한 외국자금 유입은 언제라도 국제 단기자금의 작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섣부른 금리인상 등 낙관론 경계를

이와 함께 급격한 자본유출과 환율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다수의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선 국내외의 많은 연구 결과는 내외 금리차와 환율 간의 관계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통화정책의 환율전달 경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화가치 하락폭 이상의 대폭적 금리인상이 아니고는 자본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또 다른 교훈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금처럼 거시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인상은 국내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가계부채 부실, 금융불안정 등으로 오히려 우리 경제의 거시적 안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이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은 시기의 문제일 뿐 예정된 리스크로 봐야 한다.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고 리스크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분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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