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걸까, 아니면 소리를 지르니 화가 나는 걸까. 화가 나는 대로 소리를 지르면 더 빨리 감정적인 안정상태를 되찾을 수 있을까. 지그문트 프로이드에 따르면, 화가 나면 삭히지 말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유명 심리학자인 영국 하트퍼드셔대 교수는 심리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화가 날 때는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분노 조절을 훨씬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론으로 '립잇업(Rip it up)'을 꺼내 든다. 립잇업은 뜯어내거나 찢어버린다는 뜻으로 무언가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도록 요구할 때 쓰이는 강한 표현이다.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실험을 실시했다. 회사의 해고 통보를 받은 사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그룹은 현재의 격앙된 감정을 이야기하게 한다. 나머지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설명하도록 한다. 기존 프로이트 식이 맞다면 전자가 더 빨리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감정의 앙금도 더 빨리 털어낼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후자의 승리. 중립적으로 표현한 그룹이 더 빨리 분노를 조절했다.
달리 말하면, 소위 '~척'하는 것이 단발적인 행위 자체를 넘어 마음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다이어트 때 맛있는 음식을 보면 일단 먹기 싫은 척 그릇을 밀쳐내 보라고 권한다. 금연을 결심했다면, 자신을 폐암환자로 가정한 역할극에 참여해본 흡연자가 더 빨리 담배를 줄이고 금연에도 더 많이 성공한다. 먹기 싫은 '척', 폐암에 걸려 담배는 절대 금물인 '척' 했던 잠깐의 시간이 이후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아가 6ㆍ25전쟁 이후 미군포로 중 21명이 북한에 잔류하기를 원했고, 송환된 이들 중 상당수가 공산주의를 열광적으로 찬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들은 총칼을 맞대고 싸우던 북한군, 나아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고문 당하고 세뇌 당한 걸까.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행동이 심리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북한은 미군 포로들에게 공산체제에 대한 토론을 하게 하고,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글짓기 숙제를 하면 비누 등 생필품을 줬다. 이후 모두 모여 이 글들을 낭독하고 의도에 맞는 것은 가려 뽑아 음식이나 잡역 면제 등의 대가를 지불했다. 결국 공산주의를 좋아하는 '척'하고 행동했던 그들이 실제로도 공산주의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히틀러도 독일 여론을 이런 식으로 조작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으로 스스로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어떤 성격을 갖고 싶다면, 이미 그 성격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라"고 말한다. 일단 행동하면 그 다음은 뇌가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