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아이러니한 취업난 속 인력난
조승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재의 빈곤에서 출발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얼마 전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기조연설에서 현재 겪고 있는 인재 부족과 갈망에 대해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은 대기업이나 정부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더욱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특히 이공계의 전공을 살린 취업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최근의 고시 합격자를 보면 공과대 출신자의 비율이 점차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정보기술(IT)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속 시원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쟁이 치열한 네트워크통합(NI)업체들도 취업 시즌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의 컨버전스와 고객의 요구 증대로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인력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국가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올해 11위로 무려 12단계가 올랐고 대학 진학률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의 인재경쟁력은 과연 몇 위일까. 학력은 우수할지 모르나 그 학력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기업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은 커리큘럼을 세우고 기업들과 대학 간에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진행함으로써 취업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긴 연수나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빨리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에 주입식의 이론 교육이 아닌 현장 실습 위주의 대학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정부도 국내 대학이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면 일선에 있는 채용 담당자들과 취업자들이 한결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우수 인재 양성과 확보는 대학이나 기업 차원의 문제를 떠나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취업난 속에서 기업들은 인재난을 겪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대학ㆍ기업ㆍ정부가 삼위일체가 돼 인재난 해소를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때이다.
입력시간 : 2007/11/27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