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산업과 평준화/김유상 투신협 회장(로터리)

평균이라는 의미는 수학적으로 많은 수와 양의 중간치를 나타내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럿을 고르게 한다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 평준화라는 의미와도 상통한다.우리의 옛속담에 「모난 돌이 정에 맞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속담은 사회나 조직 속에서의 처세술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상은 모든 사람을 고르게 만들려는 소위 평준화를 조장하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하겠다. 인간은 경향을 반영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평준화 경향은 유별남이 있으며 그 성향은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의 평준화와 관련되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고교평준화와 같은 교육부문이고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평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부문이 금융부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평준화는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고 외관상 그럴 듯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실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자칫 평준화를 강요하는 경우에는 획일화로 연결돼 비능률 무능력자의 무임승차를 가져오는 폐단이 있을 수가 있다.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개발경제시대에 한정된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각종 규제 등을 통해 높은 진입장벽 속에 안주하며 상품이나 서비스의 평준화로 퇴출이나 도산의 걱정없이 경영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구조는 각종 규제 등으로 말미암아 생산성이나 능력·실적에 따른 효율성보다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아 금융기관들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최근들어 이와같이 평준화된 우리 금융구조를 과감하게 개선시켜 보다 경쟁적인 체질로 전환시켜 나아가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작업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평준화 경향은 분배의 효율화 측면에서 그 사회적인 의미를 인정받아 왔으나 이제 개방화시대의 선진화 도약을 위해서는 과감한 경쟁체제로의 전환이 요청된다. 앞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능력이 발휘되는 다원화시대가 도래하면 비능률을 제거하고 능률을 평가의 수단으로 삼아 보다 자유로운 시장 경쟁원리를 구현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고 금융부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를 위해서 금융기관들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최대한 제고시켜 기존 평준화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의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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