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각급 학교의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교 졸업식장은 말 그대로 꽃천지를 이루고 있다. 아마도 요즘이 동네 꽃집들로서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시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기억하는 졸업식 풍경은 재학생들과 은사들, 선배나 친구, 그리고 부모가 함께 축하하고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는 의미 있는 축제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졸업식은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찬 감격의 시간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탈선행위 예방에 정신을 쏟아야 하는 특별한 날이 된 듯하다. 다름 아닌 일명 '폭력 뒤풀이'가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교내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밀가루를 뿌리며 졸업을 축하하는 뒤풀이는 흔히 있었다.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정든 친구와 헤어지는 아쉬움을 어떻게든 표현해 보고자 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지만, 요즘의 행태는 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듯하다.
밀가루, 케첩, 계란 등을 뿌리는 것은 물론 찢긴 교복에 알몸 상태로 단체 얼차려를 받거나 폭행이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다 보니 졸업식장에는 학생과 교사 외에 경찰도 필참(必參) 대상이 됐다.
이러한 졸업생들의 '폭력 뒤풀이'를 단순한 일회성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지나쳐버려서는 안 된다. 이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행위에 해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회와 기성세대들이 청소년 세대의 新문화, 또는 그들의 추억 만들기 행태로 간과한다면 청소년들의 준법의식은 무너지게 되고, 결국 사회에서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싹을 방치하게 되는 셈이다.
'폭력 뒤풀이'로 이어지는 작금의 졸업식 행태만을 비판할 노릇도 아니다. 졸업식을 단순히 학교의 연례 행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두고두고 기념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할 때이다. 건전한 방식으로 해방감을 분출할 수 있고 오래도록 마음 깊이 간직할 수 있는 졸업식이 돼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스승이 졸업생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타임캡슐 봉인식과 같은 기념행사를 함께 치르면서 졸업식을 보다 가치 있는 축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하루빨리 바람직한 졸업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