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애도기간중 전격 접촉 北과 대화 의지 표명… 中견제등 발빠른 행보

[김정일 사망 이후] ■ 영향력 키우려는 美<br>"김일성 사망→조의표명→북미관계 진전 '제네바 합의' 도출 수순 밟을 것" 관측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동북아 정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발 빠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돌발적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방지하는 게 미국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다. 나아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섬으로써 김 위원장 사후 중국의 대(對)북한 영향력을 견제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미국과 북한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채널을 통해 당국 간 접촉을 가졌다고 20일 발표했다. 뉴욕채널은 미 국무부와 북한의 뉴욕 유엔 대표부 주재 외교관들 사이의 비공식 대화창구.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접촉에서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된 사항들만 논의했느냐는 지적에 "좀 더 넓은 것을 논의했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실무 수준(technical level)이었으며 영양 지원과 관련된 문제들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적어도 애도기간인 오는 29일까지는 북미 간에 별다른 접촉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북한의 애도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뤄진 이날 접촉은 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올 들어 미국은 '전략적 인내'로 일컬어지는 대북 강경기조에서 '관리적 개입'으로 선회한 뒤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진행해왔다.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앞두고 경제지원과 후계구도 안착이 시급한 북한도 대외적으로 유화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지난해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발목이 잡혀 있던 양국이 대화국면으로 급속하게 넘어가고 있었다. 양국은 7월 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간 북미 1차 고위급 회담을 가졌으며 이어 10월에는 제네바에서 2차 북미대화를 통해 쟁점을 압축시켰다. 이후 양국은 뉴욕채널을 통한 물밑접촉을 전개하면서 김 위원장 사망 직전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고 미국은 영양지원 형태로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는 '빅딜' 타결을 눈앞에 뒀다. 미국과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돌발변수만 없었더라면 당초 22일 베이징에서 3차 회담을 갖고 합의타결을 이끌어내 6자회담 재개 수순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19일(현지시간) 밤에 발표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성명도 미국의 대화 의지를 보여준다. 클린터 장관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은 현재 국가적 추도기간에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깊이 우려하며 주민들에게 우리의 염려와 기도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터 장관은 일본 외상과의 회담 후에는 "북한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994년 7월8일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미국 정부는 빌 클린턴 대통령 명의로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내용의 조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북미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돼 그해 10월 제네바 합의가 도출됐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부터 나왔다. 미국은 이처럼 직접 북한과 접촉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등이 모두 나서 한국ㆍ일본, 나아가 중국과 협력, 동북아 지역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조만간 한국ㆍ일본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해 중국 견제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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