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코드 알아야 마케팅 성공한다

컬처코드<br>클로테르 라파이유 지음, 리더스북 펴냄 <br>"왜 미국인은 축구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나"<br>미국인의 20가지 '고유 정신적 경향' 소개



참여정부 들어 '코드'란 말이 유행했다. 대통령이 정부 관료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했다는 이 '코드'는 자신의 느낌 혹은 생각과 얼마나 통하는 지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프랑스 출신 정신분석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말하는 코드는 조금 다르다. 그에게 코드란 세상을 바라 보는 창문이자 안경이다. 또한 세상 모든 인간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데 필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는 삶의 현장 곳곳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문화 코드(culture code)'라고 보았다. "왜 미국인은 축구가 아니라 야구에 열광할까." "프랑스 사랑들은 식탁에서 스스럼 없이 섹스를 이야기하는 데 반해 미국 사람들은 왜 꺼릴까." "구입해야 할 물건이 없는 데도 왜 사람들은 굳이 쇼핑을 하러 나서는 걸까." 문화인류학자이자 마케팅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라파이유 박사는 이 질문의 답이 모두 컬처 코드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컬처 코드란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다. 라파이유는 어떤 문화든 다른 집단과 다른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적 경향이 있다고 본다. 동일한 사물이 여러 문화권에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이 문화코드의 차이 때문이다. 세계 1위의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의 로레알이 미국 시장을 공략할 때 썼던 마케팅 전략은 문화 코드를 멋지게 활용한 예다. 로레알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광고 이미지는 관능과 유혹이었다. 하지만 라파이유의 조사 결과 미국에서 유혹이란 단어의 문화코드는 부정적인 것이었다. 미국인 머리 속에 유혹은 '무의식적으로 조종(manipulation)당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로레알은 미국 시장에서 유혹이란 단어를 접었다. 대신 미국인의 문화코드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는 '가치''모성애'를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미국 문화코드를 간파한 로레알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의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공략기 또한 문화코드를 훌륭하게 다룬 사례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10년간 무상수리 보증제도를 도입했다. 라파이유의 분석을 들어보자. "미국인에게 현대 자동차의 메시지는 이런 내용처럼 보였다. 그렇습니다. 우리 자동차가 특별한 점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의 자동차를 계속 달리게 할 것입니다." 품질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코드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었다. 다름아닌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 현대차의 전략은 품질에 대한 미국인의 코드에 딱 들어 맞았고 대중 마음 속을 파고들었다. 현대차의 판매량이 미국에서 극적으로 상승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미국인에게 중요한 20가지 문화코드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인이 축구가 아닌 야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야구가 그들이 중시하는 '홈'(Homeㆍ가정)에 대한 회귀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에게 섹스란 개념 속엔 폭력이 담겨있다. 할리우드 에로 영화만 봐도 유쾌하지 못한 폭력이 꼬리표처럼 늘 따라 붙는다. 우울한 폭력의 기억으로 이어질 지 모를 섹스라는 화제를 식탁 위에 올리지 않는 건 당연하다. 쇼핑은 그저 물건을 산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쇼핑은 세상과의 재결합을 뜻한다. 저자는 문화 코드를 통해 "문화적 무의식이 개인의 삶에 대해 내리는 결정, 소비자로서의 선택,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 행동하는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고 있다. 역자 서문에 담긴 "정작 코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는 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 왜 미국인은 축구가 아니라 야구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문화코드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가정을 의미하는 홈에 들어와야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야구는 가정에 대한 미국인의 문화 코드와 딱 들어 맞는 스포츠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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