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2월 3일] 엄마가 중요해

지난주 말 200여명의 중ㆍ고등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호비캠프라는 이 캠프는 청소년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 매년 전세계에서 수백명의 청소년들이 열흘 동안 모여 유수의 기성 리더들과 멘토링을 하는 행사이다. 그 시작은 슈바이처 박사에게 감명을 받은 한 미국인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동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초청이 들어오면 나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달려갔다.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회인이나 대학생은 수월한 청중인 데 반해 중ㆍ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까다로운 청중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나의 강연장에 있던 200여명의 학생들은 지금까지 중 최고의 청중이었다. 질문의 수준이나 열성이 남달랐다. 함께 갔던 나의 보좌진들도 이구동성으로 '보통 학생들이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마른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이들의 흡인력은 무궁무진함을 안다. 이들의 시간은 고무줄 같아서 태산 같은 할 일을 앞에 두고 늘려도 늘려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렇게 '어릴 적'에 들은 말은 그들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진다. 이들의 깨끗한 영혼에 지금 우리는 무엇을 새겨줘야 하는가. 짧은 기간 미국에서 학부형 노릇을 해보니 한국 엄마나 미국 엄마나 아이에게 갖는 교육열은 다를 바 없었다. 저학년에는 엄마 도우미가 필요했다. 학교에서는 자기 아이의 반이 아닌 다른 반에서 봉사를 하도록 권유했다. 자기 아이와 차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첫째를 입학시키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거의 매일 학교를 직장 삼아 도우미 엄마를 자청했던 학부형이 있었다. 누구보다도 극성이던 이 엄마는 하나 윗 학년에서 봉사를 했다. 첫아이다 보니 앞으로 뭐가 필요한지 예습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날 청중의 상당수는 여학생이었다. 나는 이들에게 당부했다. 내 아이만 위하는 엄마가 아닌, 남의 아이도 위하는 엄마가 돼야 한다고. 내 아이와 같은 곳이 있을 수도 없는 소외된 아이들도 생각하는 엄마가 돼 달라고. 결국 이 학생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내일이 결정될 테니. 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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