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질병ㆍ무지 속에서 살아온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들에게 자유를 얻게 해준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정부의 온갖 회유와 가족에 대한 핍박 속에서도 오직 흑인의 인권을 위해 27년을 감옥에서 투쟁했던 인권운동의 투사 만델라가 남아공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를 지탱해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만델라의 투사적 행보에서 불굴의 의지, 강인한 신념, 끊임없는 노력 등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만델라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의지ㆍ신념ㆍ추진력 같은 덕목이 아니라 화해와 관용이다.
만델라는 남아프리카의 교도소 기지인 로빈섬에서 20년의 수감생활을 했다. 만델라는 그곳에서 자신을 억압하고 괴롭혔던 교도관 그레고리와 점차 친구가 됐으며 그레고리의 아들이 자동차사고로 사망했을 때는 그레고리를 위해 몇 주 동안 매일 밤 대화를 나누며 그를 위로했다. 20년의 수감생활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교도관 그레고리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눈물의 포옹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만델라는 대통령 취임식에 그레고리와 그의 가족들을 귀빈으로 초대했다.
만델라는 자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을 주도했던 페르시 유타를 만났을 때도 한 때 적이었던 유타에게 이제는 모든 일들이 과거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이 만남 이후 유타가 만델라를 ‘덕망높은 사람’으로 묘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만델라는 지위의 고하나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늘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또한 자신과 동족에게 끊임없이 고난과 고통을 강요했던 백인들을 결코 비난하지 않았으며 오직 잘못된 인종차별 제도의 철폐를 주장했고 마침내 그것을 관철시켰다. 그는 흑인들에게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 아니라 관대해질 것을 한결같이 주장했다.
만델라가 자신의 정치적 성취만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면,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행동은 결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분노와 복수 대신 정적까지 용서하고 포용하는 만델라의 태도에서 지도자 만델라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만델라는 극도로 적대적인 갈등 사회에서 지도자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가. 제1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으면서 유력후보간 상호비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통합을 외치는 여권에서도 화해와 용서보다는 과거행적으로 서로를 헐뜯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해와 관용으로 세대와 이념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갈라지고 분열된 상처를 봉합하고 화합의 대한민국을 이끌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만델라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