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남갈등 노린 위장 평화공세로 판단

■ 정부, 北 비방중단 제안 거부

한미연합 훈련 중단 등 우리측 수용범위 벗어나

당분간 남북경색 불가피

정부가 17일 북한의 '중대 제안'을 하루 만에 거부한 것은 해당 제안이 대남 공세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상호 비방 및 군사적 위협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제안이 나온 지난 16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북한의 중대 제안을 도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술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북한의 전날 제안은 명분 쌓기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며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통해 자신들의 선의를 부각하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나빠진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북한의 중대 제안을 보면 과거 김일성 시대에 자주 보였던 대남 평화공세가 부활한 느낌"이라며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평화이미지를 선전하고 내부적으로 주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연합훈련은 지난 2002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된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북침용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한미는 올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데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민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중대제안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매우 왜곡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오해를 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며 북한의 제안이 남남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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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상황 판단에 근거,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과거 도발에 관해 우리 정부 당국이 설명하기 전에 북한이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말이 아닌 행동을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해명 및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되레 북한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다만 이번 북한 측 제안 거절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남북은 올 들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로 잠시나마 해빙무드가 조성된 바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북한의 소위 중대제안을 거절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오는 4월 말 한미연합 훈련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실상 출구가 없어 보인다"며 "남북관계를 바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 같은 냉각 상태는 3개월 넘게 지속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군은 북한이 지금까지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을 종종 보여온 것을 감안,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일주일가량 동계훈련을 중지하고 장병들을 영내 대기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군은 서북도서에 대비 및 방어조치를 강화하는 등 혹시나 모를 북한의 도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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