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스템 획기적 재편 호기/금융기관협·부실채권 전담기구 진로

◎금융기관 자율적 의견일치가 관건/자사이기주의 노골화땐 되레 혼란「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를 위한 협약」이나 「부실채권 전담기구」는 하나같이 금융개혁, 산업구조조정 과정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실험적 장치의 성격을 갖는다. 두 기구가 모두 부실채권 발생과 그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협의회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 자구조치를 진행하면 부실채권전담기구는 자구대상 부동산 등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형태여서 두 기구가 부실처리를 위해 손발을 맞춰야하는 보완적인 금융시스템인 셈이다. 「협약」이나 「전담기구」는 모든 사안을 금융기관을 통해 처리한다는 기본특징을 갖고있다. 우리 금융권의 오랜 고질병으로 통해온 「타율성」을 일단 떨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측면때문이다. 「협약」은 부실징후 기업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제2금융권까지 합심해 지원, 우선 정상화의 길을 걷도록 지원하며 만약 정상화가 불가능할 경우 부실채권이 순식간에 턱없이 불어나는 악순환을 막는데 목적을 두고있다. 한보사태이후 정부개입이 어려워진 분위기에서 탄생한 협약인 만큼 그 성패여부는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일치된 의견을 모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최근 진로그룹 처리과정에서 정상화대상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금융권의 채권회수가 되레 가속화되는 등 개별 금융기관별로 자사이기주의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진통을 겪을수록 급조된 협약의 허점을 보완할 기회도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 금융기관들이 사안마다 얼마나 자율적으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문제점을 극복할 의지만 있다면 금융시스템 재편의 획기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채권 「전담기구」는 부실징후 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별 금융기관이 떠안아야할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주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부실기업 처리과정을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금융산업 개편과 산업구조조정의 여건을 확고히 조성한다는 취지를 갖는다. 담보있는 부실여신이나 부실징후기업의 부동산, 유가증권, 계열기업을 매입해 정리하고 개별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을 진단하는 역할을 맡게될 전담기구는 출범도 하기전부터 벌써 기금조성이나 실제 운영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입한 담보물건을 신속하게 처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기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부실채권 전담기구에 부동산등을 매각한 기업이 특별부가세등의 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앞으로 관련 특별법 제정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부실채권 전담기구가 부담하게될 취득, 등록세나 매입물건 처분때 부담해야할 특별부가세등도 신중히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꼽힌다. 이런 세제측면의 문제가 매끄럽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담기구의 운영이 출범과 동시에 큰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부실채권 전담기구는 오래전부터 금융계가 기대해온 금융시스템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에서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급조된 금융기관협약이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 「오래 못 갈 것」이라는 평가절하에 시달리고 있고 부실채권전담기구의 효율적 운영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시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들 두 시스템은 제대로 운영될 경우 앞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원활히 진행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는 평가다.<손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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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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