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나 친인척, 임원 등 기업의 주요 관계자들이 주가가 정체기로 접어들자 자사주 매입과 증여 등 역발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자식에게 물려줘 경영권 강화나 증여세 절약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9일 롯데케미칼 주식 6만2,2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주식은 4만주에서 10만2,200주로 크게 늘었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올 들어 다소 주춤한 추세로 5월 들어서는 전혀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한진해운 최대주주인 한진해운홀딩스는 지난 16일에서 24일까지 엿새간 총 18만6,171주를 장내 매수했다. 경인양행 최대주주의 친인척인 윤재현 씨도 이달 22일 이후 나흘간 하락하는 등 회사 주가가 잠시 주춤하자 지난 27일 장내에서 450주를 사들였다.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는 증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 10일 조현아 씨와 조원태 씨, 조현민 등 세 자녀에게 각각 70만4,000주를 증여했다. 주당 가격은 3만6,600원으로 총 증여 규모는 772억9,920만원에 이른다. 앞서 23일에는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동아에스티 주식 35만7,935주(4.87%)와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21만1,308주(4.87%) 전량을 4남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에게 증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효성오앤비가 증여로 최대주주가 박태헌 씨에서 박문현 씨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오너나 임원, 친척 등이 자사주를 적극 매수하거나 증여에 나서는 것은 이들이 해당 기업의 현재 주가 수준이 지극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가가 낮을 때 경영권 강화나 주가부양, 증여세 절약 등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증여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오너나 임원, 친인척 등이 개인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투자자 신뢰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특히 최대주주의 경우 보유 지분을 확대해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증여 전후 두 달간 종가 평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주주들은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을 했을 때 증여에 나선다”며 “대주주들이나 고액 자산가들은 주가 약세를 틈타 주식 등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세는 과표에 따라 10~50%의 세율로 부과된다. 특히 30억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증여하면 최고 세율인 50%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상장법인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주식을 증여할 때 주식가액의 20%를 할증 과세하기 때문에 언제 증여하느냐에 따라 세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