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1년] 외국인 시장장악 환율.미금리에 `일희일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금융정책이나 일본 엔화가치 동향, 심지어 중남미 국가의 경제 변수등 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국제적인 감각」으로 무장했다.외환위기로 단 1달러가 아쉬운 상황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증시 흐름이 좌우됐으며 불과 1년동안 무려 4차례에 걸쳐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 철폐한 것도 증시 국제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덕분에 지난해 11월21일이후 이달 18일까지 만 1년간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5조9,484억원에 달해 우리나라가 증시를 개방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외국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17조5,000억원에 달해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의 19.5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의 보유비중은 한전 19%, 포철 30%, 삼성전자 44%, SK텔레콤 33%에 달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우량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연초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385.49포인트이던 주가지수가 불과 2개월만인 3월2일 574.35포인트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한 것은 막강해진 외국인투자가들의 증시 영향력을 가장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지난 10월초까지 300포인트대에서 횡보하던 주가지수가 한달만에 400포인트대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 역시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이다. 이러다보니 외국계자금의 주요 투자지표인 미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나 일본 엔화가치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척도로 자리잡았다.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에 대한 주가차별화 역시 IMF체제의 커다란 특징중 하나. 극도의 신용 경색과 금융기관의 대출 기피로 멀쩡하던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자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고 어떤 기업들이 퇴출당하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주가가 아무리 헐값이라해도 정부나 금융권이 어느 날 갑자기 워크아웃대상으로 선정하거나 퇴출 대상으로 꼽으면 해당 기업의 주식은 한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유동성 위기로 인한 자금 경색은 중견,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계열사에로 까지 확대, 재벌 계열사마저도 우량, 비우량으로 구분됐다. 여기에는 장기투자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외국계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의 국내 증시 영향력이 커진 점과 이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합리적인 투자전략」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사외이사제도 도입과 그룹사간 불법 자금지원 규제 조치등으로 기업의 자체 생존력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으로 보유자산을 매각했거나 해외자본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반면 기업의 체질 개선이나 수익성 확대를 위한 자구노력보다는 과거와 같이 규모 확대나 사업확장에 매달리는 기업은 냉정하게 외면하는등 투자자들의 자세가 과거 어느 때보다 합리적이고 국제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IMF체제 1년간 증시의 굵은 흐름이었다.【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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